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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ul 10. 2024

숲 속 작은 카페에서의 여유

마쓰야마 반스이소 옆 <나쓰메 소세키 카페>

 마치 스탑오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던 일본의 소도시 마쓰야마 2박 3일 여행. 잠깐 다녀오는 와중에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하나 있었다. 그 곳은 바로 '반스이소' 옆에 있는 작은 카페였다.


 '반스이소'는 '만취장(萬翠荘)'이라는 한자의 일본어 이름이다. 이름처럼 온통 푸른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건물은 1900년대 초반에 지어진 르네상스 스타일의 저택으로, 옛날 이 지역을 다스렸던 영주의 후손인 어느 일본 귀족이 별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건축물 자체를 전시하면서 이런저런 행사도 이루어지는 곳이다. 마쓰야마의 관광 명소 중 하나로 소개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목적지는 여기 반스이소가 아니라, 숲 속 반스이소에 도착하기 직전에 나타나는, 바로 옆에 조금 떨어져 있는 작은 카페였다. 카페에 가는 길은 저택 정문으로 향하는 큰길에서 잠깐 벗어나 마치 작은 숲으로 한번 더 들어서는 기분이 드는 오솔길처럼 나 있었다. 들어가는 길조차 아름답게 느껴졌던 이 카페는, 무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가 하숙을 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카페의 정식 명칭도 <Soseki Coffee Shop Aishoutei(漱石珈琲店 愛松亭)>이다. 여기 '아이쇼테' 카페는 마치 비밀의 화원인 것처럼 푸르른 나무들에 다시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여기를 찾아가려고 하지 않으면, 어쩌면 그냥 찾아온 관광객들은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는 아담한 크기에 조용한 분위기였다. 전반적으로 아늑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는데, 무엇보다도 온통 푸르른 나무와 하늘로 가득 찬 전면 유리창이 정말이지 아주 인상적인 곳이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돈나>의 제목을 차용한 '마돈나 커피'는 따뜻한 커피였고, 이외에 몇 가지 음료와 디저트들이 더 있었다. 우리는 따뜻한 커피와 아이스 커피를 각각 한 잔씩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고 계산은 마지막에 하는 방식.)


 카페 분위기가 좋아서 내부에 앉을까 하다가 작은 내부에 비해 사람들이 꽤 많이 모는 것 같아서, 우리는 카페 밖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야외석은 숲과 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차양이 햇빛을 막아주고 있어서 무더운 여름이었음에도 제법 시원했다. 특히 바람 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물씬 풍기는 풀과 나무 내음 덕분에 기분이 정말 좋아지는 장소이기도 했다. 잠시 기다리자 주문한 커피가 금세 나왔다. 커피를 마시며 모처럼 '문득 행복하다'는 느낌을 즐길 수 있었다.




 커피 얘기를 조금만 더 해보자. <마돈나>커피는 부드럽고 산미가 살짝 돌아서 꽤 좋았다. 하지만 아이스 커피는 마치 인스턴트 같은 맛이 조금 강했다. '혹시 시판 커피를 쓰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여서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편이었다. 그래도 자연을 충분히 느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여기 카페에서 보냈던 시간은 정말이지 즐거웠다.

 

 커피 가격은 각각 650엔(마돈나), 700엔(아이스)으로 꽤 비쌌다. 하지만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던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하고, 심지어 역사적인 명소이기도 한 아늑한 숲속 공간의 이용료가 포함되었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가격이기도 했다. 다음에 다시 마쓰야마에 찾아가게 된다면, 미리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들을 읽고 <마돈나> 커피를 마시러 가야겠다. (아이스 커피는 말고.)



- 나쓰메 소세키 카페(愛松亭) >

3 Chome-3-7 Ichibancho, Matsuyama, Ehime 790-0001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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