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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ul 14. 2024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기적(?)

마쓰야마 도고온천에서 족욕하기

 '일본 여행'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온천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뜨거운 물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여러 차례 일본을 여행하면서도 한 번도 온천에 찾아간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마쓰야마 여행에서도 이곳에서 도고 온천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딱히 온천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도고 온천에 가본 이유는 그저 그곳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온천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점 한 가지였다. 온천욕 같은 것은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온천 건물을 구경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숙소 체크인 후 산책 삼아서 마쓰야마 거리를 천천히 걸어 도고 온천에 도착했다. 노면전차를 타면 금방 갈 수 있겠지만, 처음 와본 장소에서는 걸어 다녀야만 알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운 날씨를 뚫고 도착한 도고 온천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보던 그 온천과 아주 유사해서, 마치 내가 잠깐 만화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쉽게도 이런저런 공사 중이어서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주변으로 펜스를 친 모습만 볼 수 있었는데, 어차피 온천에 몸을 담그지는 않을 거라 그 정도로 만족하고 돌아서기로 했다.


 그런데 도고 온천 앞에 조성되어 있는 상점가 입구에서 잠시 쉬어 가려다가 족욕탕을 발견했다. 한 번에 6명 정도만 앉을 수 있는 작은 족욕탕은, 누구나 원하는 사람이라면 따뜻한 온천물에 발을 담글 수 있게끔 개방되어 있었다. '수건은 족욕탕 옆 여행자센터에서 150엔에 대여가 가능합니다.'라고 적힌 종이도 옆에 붙어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 따뜻한 온천물에 발을 담그는 게 조금은 망설여졌지만, 마침 잠시 쉬어가는 김에 족욕탕에 앉아보기로 했다.




 양말을 벗고 온천 물에 발을 담가 보았다. 처음엔 조금 뜨거운 듯했으나, 온도에 익숙해지니 금세 괜찮아지면서 노곤노곤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고래군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거기에 한참을 앉아있었는데, 따뜻한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쉬는 동안 정말로 오늘 여행으로 쌓였던 피로가 실시간으로 풀리는 기분이 들어서 신기했다.


 족욕하는 동안 옆에 와서 우리와 함께 앉았던 어떤 아저씨를 따라,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마쓰야마의 특산품인 귤 주스를 사서 개운하게 마시면서 족욕을 마무리 했다. 잠깐의 족욕이었지만 무거웠던 다리는 한결 가벼워졌고, 온천 물이 닿은 발 전체가 매끈매끈해지는 기적(?)도 경험했다. 문득 이래서 다들 온천에 가는구나, 온천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언젠가 다시 마쓰야마 여행을 하게 된다면, 한 번쯤 도고 온천에 들러서 온천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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