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에서 '켈'로 장 보러 가기
반도 국가(실질적으로는 섬나라라고도 할 수 있는)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육로로 다른 나라에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처음 유럽 여행을 갔을 때 기차 혹은 버스로 여권 검사도 없이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던 게 지금도 생각난다.
최근 다녀왔던 스트라스부르에서도 육로로 가뿐히 국경을 넘는 경험을 했다.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 위치한 도시로 독일 국경과 맞닿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도 하다. 같은 유럽연합 국가라고 해도 국가별로 물가 차이가 있어서, 이렇게 국경에 위치한 도시에서는 물가가 싼 국가 쪽으로 이동해서 장을 보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스트라스부르에 살고 있는 지인도 우리에게 잔뜩 장을 볼 때는 스트라스부르가 아닌 국경 너머에 독일에 위치한 '켈(Kehl)'에서 장을 본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도 일주일 정도 먹을 식량을 구하기 위해 트램을 타고 켈에 가서 장을 보기로 결정했다. 숙소 앞에서 트램을 타고 30분도 채 가지 않아 독일과의 국경이기도 한 라인강을 건너 켈에 도착을 했다. 국경을 넘자마자 안내방송 언어도 프랑스어에서 독일어로 바뀌었고, 도시 분위기도 완전 달라졌다.
켈에는 독일 슈퍼마켓 체인 'Lidl'(물론 Lidl은 유럽전역에 있긴 하다.)과 드럭 스토어인 'DM'이 있다. 많은 스트라스부르 사람들이 이곳에서 장을 본다고 한다. 우리도 일주일치 장을 보기 위해 Lidl에 갔는데, 확실히 스트라스부르에 있던 모노프리(Monoprix)나 오샹(Auchan)과는 다른 가격 다른 분위기였다. 이제는 익숙해진 포르투갈 물가까지는 저렴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게 일주일치 먹을거리를 사 가지고 다시 국경을 넘어 스트라스부르로 돌아갈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잠깐 DM에도 들러 발포 비타민이라도 사 가지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독일의 약들이 저렴해서 많이 사러 간다고 한다.) 이미 관광객들이 발포 비타민은 전부 털어 간 상태라 이 날은 빈 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스트라스부르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켈에서 그 동네를 일부러 잠시 걸어다니기도 했다. 큰 도시는 아니지만 아담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인과의 저녁 초대가 아니었다면 조금 더 여유 있게 둘러보았을지도 모르겠다. 트램을 타고 프랑스에서 독일로, 독일에서 프랑스로 이렇게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유럽 사람들이 조금은 부러웠다. 우리도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언젠가 육로를 통해서 다른 나라로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