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 근교 콜마르 여행
프랑스에 있는 스트라스부르는 추억과 인연이 꽤 많은 도시이다. 특히 나에게는 잊지 못할 여행의 추억이 있는 곳. 때는 2013년, 엄마와 떠난 첫 유럽 여행이었다. 독일 소도시 여행을 하고 프랑스 뮐루즈로 기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스트라스부르를 지나치는데, 엄마가 나를 잃어버렸다고 착각하고는 충격에 빠졌던 바로 그 곳이었기 때문이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내용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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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래군에게는 친한 학교 후배 부부가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고래군은 친구를 만나러, 그리고 나는 예전 추억을 되살리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콜마르에도 가보기 위해, 포르투갈 한 달 살기를 하는 중에 시간을 내서 스트라스부르로 향했던 것이다. 라이언에어(포르투-스트라스부르)를 타고 아침 일찍 도착해서, 그날 저녁에는 지인의 초대를 받아 알자스 지방 전통 음식을 대접 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람을 압도하는 아우라를 가진 스트라스부르 대성당도 구경하고 아기자기한 도시 모습도 둘러보았다. 한국에서 인기가 아주 많은 파이브 가이즈에서 햄버거를 먹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스트라스부르를 둘러보는 것보다 더 잔뜩 기대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콜마르'에 가는 것이었다. 몇 번이고 다시 볼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지가 콜마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 때부터 마음 한구석에 언젠간 직접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트라스부르에서 기차를 타면 대략 30분 후면 콜마르에 도착을 한다. 그런데 기차에 올라타고 보니 스트라스부르에서 콜마르로 가는 그 기차는 예전 엄마와의 여행 때 사건(?)과 추억이 있었던 바로 그 노선이었다. 덕분에 지금은 그저 재미있는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게 된 그 때를 더욱 진하게 떠올리면서 콜마르로 이동할 수 있었다.
콜마르에는 하울과 소피가 처음 만난 후 <공중산책> 음악이 흐르며 도착했던 바로 그 건물이 있다고도 했다. 그리고 콜마르역에서 구시가지까지 지도를 보며 걷다가, 문득 익숙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하울과 소피가 건물 아래로 내려올 것 같은 그 건물이 바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영화 속 건물이었다. 실제 건물의 이름은 '메종 피스테르(Maison Pfister)'였다. 메종 피스테르는 1537년에 지어졌는데, 중세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콜마르 최초의 르네상스 건축물이라고 한다. 역사적 명소라고도 하는 이 건물의 1층은 주류 판매점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난 그 앞에서 건물을 한없이 바라보다가 또 사진을 찍다가 하면서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실제로 하울과 소피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영화의 배경지를 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콜마르는 아기자기한 도시 분위기와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도시였다. 걷다가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시기도 하면서 여유 있게 도시 풍경을 즐기기에 좋았다. 비록 우리가 콜마르에 갔던 그 날은 날씨가 점점 흐려지다가 결국 장대비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날씨에 상관없이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였던 것이다.
스트라스부르 생활자인 고래군의 후배는 우리에게 콜마르와 더불어 <미녀와 야수>의 촬영지인 '에귀하임'에도 들러보라고 추천해주었다. 하지만 게으른 우리는 도저히 짧은 일정 속에서 에귀하임까지 들를 수는 없었다. 에귀하임은 다음 번에 또 있을지도 모르는 스트라스부르 여행 때 가보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