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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Aug 21. 2024

새벽같이 떠났어도 좋았던 이유

스트라스부르에서 하이델베르크 당일치기 여행

 

 스트라스부르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일정에 필요한 것보다 여유 있게 날짜를 잡았다. 며칠은 지인들을 만나고, 다른 며칠은 스트라스부르에서 얼쩡거리고, 그리고 또 나머지 시간은 스트라스부르에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근교에 가볼 수 있도록.


 근교로 다녀오기에 어디가 좋을까 찾아보던 중, 문학과 철학에 관심이 많은 고래군이 평소 가보고 싶어 했던 하이델베르크에 다녀오기로 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하이델베르크로 당일 여행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모양인지 교통편이 조금 애매하긴 했다. 비행편은 딱히 없고, 기차가 있지만 여러 번 갈아타야 했다. 더 편한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스트라스부르에서 출발해 하이델베르크까지 한번에 가는 플릭스 버스를 찾아냈다. 역시 유로라인, 아니 이제는 플릭스 버스다.



 운행하는 버스는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루에 3대나! 금액은 플릭스 버스의 특성 상 날짜와 시간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가장 싸게는 왕복 20유로 안팎이면 다녀올 수 있었다. 그래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플릭스 버스로 결정! 하지만 스트라스부르에서 이래저래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다녀올 수 있는 날은 지인과 저녁 약속을 잡아 놓은 그 날밖에는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조금 무리해서라도 새벽에 스트라스부르에서 출발해서 이른 오후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 스트라스부르 플릭스 버스 정류장

Place de l'Étoile, 67076 Strasbourg


- 하이델베르크 플릭스 버스 정류장

Alte Eppelheimer Straße / Emil-Maier-Straße, 69115 Heidelberg


 출발하는 버스 스케줄이 정말 이른 새벽이었던 관계로 어둠을 뚫고 스트라스부르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버스는 약 2시간을 달려 이른 아침 하이델베르크에 우리를 내려주고는 다시 떠났다. 아직 가게도 채 열지 않은 이른 아침에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부스스 흩뿌리는 상황. 모자를 뒤집어쓰고는 총총걸음으로 하이델베르크 구시가지까지 걸었다.


Wiener Feinbäckerei Heberer의 카푸치노


 하이델베르크 구시가지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8시도 되지 않은 시각. 여전히 상점 대부분은 문이 닫혀있었지만, 다행히 이곳도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카페들은 있었다. 잠을 설치고 이른 새벽부터 출발했던 터라 카페인 수급이 시급했다. 비스마르크 광장에서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쪽으로 들어가는 구시가지 초입 쪽에 있었던 카페의 불빛에 이끌리듯 들어가서는 따뜻한 독일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면서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짧은 일정을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빵 한 조각에 카푸치노를 마시며 일찌감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들어오고 또 나가고 있었다. 그 사이 날은 완전히 밝아졌다. 비도 어느새 그친 상태.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몸도 녹이고 카페인도 적절하게 수혈했으니 이제는 두 발로 걸어 볼 차례. 사실 난 하이델베르크가 두 번째였어서 걸음걸음마다 옛 추억을 되새기는 여행이기도 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보다 10년 정도가 지났지만, 여전히 크게 변한 것은 없어 보였다. 아마도 오래된 도시들의 특징이리라.




 구시가지와 엉켜있는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칸트가 걸었다는 '철학자의 길' 등등 시내 곳곳을 걸어 다녔다. 비가 조금 내리다가 또 그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하이델베르크에 나의 두 번째 발자국을 남겼다. 철학자의 길로 들어가는 길에 만난 원숭이 동상은 그 사이 사람들의 손길에 시달려 더욱 많이 닳아있었고, 철학자의 길도 운치가 더 깊어진 것 같았다. 오전 동안에만 돌아봐야 했기 때문에 오히려 관광객들도 없고 무척이나 한적한 분위기여서 다니기에 좋았다. 비록 느긋하게 점심 식사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슈퍼에 들러 간식거리를 사 가지고 스트라스부르로 돌아왔다. 짧은 시간 동안 돌아봤지만 오랜만에 가 본 하이델베르크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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