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 할머니 고향은 일본입니다

할머니, 엄마와 떠난 고베 여행의 추억

by 미니고래

얼마 전, 90세를 일기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오래 사셨으니 호상이라고 위안 삼으며 할머니를 보내드렸는데,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할머니와의 추억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어릴 적부터 유독 예뻐해 주셨고 왕래도 많았기 때문에 외갓집에 대한 추억이 참 많이 있다.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제국 고베에서 태어나셨다. 하지만 그 당시 한국인이라고 받았야만 했던 차별과 핍박을 견디지 못해, 해방이 될 무렵이었던 어린 시절 가족 모두 한국으로 이주해서는 쭉 한국에서 사셨다. 할머니가 너무 어릴 적이라 고향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하셨지만, 그 와중에도 그때 드셨던 음식들은 가끔 생각난다고 하셨더랬다. 그래서 언젠가는 할머니를 모시고 할머니 고향에 한번은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엄마와 할머니를 모시고 3대 여행을 고베로 떠났던 것은 그래서였다. 2016년이었던 그때도 이미 연세가 많으셔서 걷는 것도 힘들어하시는 바람에 이것저것 많이 둘러보지는 못했던 것도 기억난다.



스테이크랜드 고베점 : 일본 〒650-0012 Hyogo, Kobe, Chuo Ward, Kitanagasadori, 1 Chome−8−2 1F・2F 宮迫ビル


워낙 오래전에 살았던 것이라서 할머니의 기억 속 풍경과 2010년대 고베의 풍경은 많이 달라졌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할머니는 이런저런 추억들을 많이 얘기해 주셨다. 그리고 할머니가 고베 여행에서 가장 좋아하셨던 것은 바로 음식! 특히 어린 시절 특별한 날이면 드셨다던 소고기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고베가 소고기로 지금도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비싼 식당까진 아니어도 꼭 모시고 가고 싶었다. 철판구이를 먹었었는데, 나중에 엄마에게 전해 들은 얘기로는 할머니가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 고베에서 드셨던 소고기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고 했다. 잠시 들렀던 게 전부였지만 그래도 할머니가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간직해 주신 것 같아서 나도 뿌듯함을 느꼈다.



사실 내가 살가운 손녀도 아니라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자주 찾아뵙진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세상에 안 계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우울하기도 하고, 여전히 시골 외갓집에 가면 아직도 맞아주실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이젠 하늘나라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잘 지내시리라 믿어본다. 할머니, 이제 편히 쉬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