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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ul 18. 2024

사누키 우동은 아닙니다만

마쓰야마 <쿠루마이도(手打うどん 車井戸)>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공항버스를 타기 전에 식사를 하고 싶었다. 이제부터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해서 조금 가볍게 먹고 싶었던 터라서, 고르게 된 메뉴는 바로 우동. 개인적으로는 사누키 우동을 좋아하는데, 마침 지리 상으로 다카마쓰에서 가까운 편인 마쓰야마니까 그래도 맛있는 우동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오카이도역에서 공항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숙소에서 체크아웃 하면서 들고 나온 짐을 가지고 먼 곳까지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아보다가 발견한 우동 가게가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쿠루마이도(手打うどん 車井戸)>였다. 외관부터가 일본 드라마에서 자주 봤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카운터석이 쭉 이어지고, 더 안쪽으로는 서로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석도 있었다. 우리는 짐을 두기 편한 카운터석 끝단에 자리를 잡았다. 아마도 부부 두 분이 운영하는 듯했다. 작은 우동 가게였는데, 두 분이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고 음식을 만들고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계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고기우동(550엔). 다카마쓰에 갈 때마다 즐겨 찾던 메뉴로, 따뜻한 국물에 고기 볶음 고명을 올린 우동이었다. 그밖에도 사이드로 먹을 수 있는 유부초밥(130엔)이 있었고 맥주는 생맥주는 없고 병맥주만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포인트가, 여기는 오직 현금 결제만 가능했다. 여행 마지막 날이라 남은 현금이 조금 모자라서 유부 초밥과 맥주는 먹지 못했다는 아쉬운 후문이... (결국 모자란 배를 채우려고 카드를 들고 백화점 식품 코너를 찾아가서 먹을 것을 더 사고야 말았다.)


 마쓰야마에는 한국인 관광객들만 태워주는 무료 공항버스가 있다. 그 버스 시간에 맞춰서 움직이다 보니 가게 안에도 유독 한국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마치 한국에 있는 어느 식당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주문한 우동은 면이 조금 단단한 편이었으며, 국물은 깔끔했다. 무엇보다도 위에 올라간 고기 양념이 아주 맛있어서 좀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었다. 우동의 양이 많지 않아서, 배고픈 사람이라면 양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 싶은 정도였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은 다카마쓰에서 먹었던 그것이었지만, 아무래도 여기서는 사누키 우동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곳만의 매력이 있는 우동이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소박한 느낌이 드는 음식과 가게였던 점도 좋았다. 총평을 해보자면 가격 저렴하고 분위기도 편안하니 좋고 해서, 가볍게 우동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가게였다. 마쓰야마에 다시 간다면 또 들러볼지도 모르겠다. 마쓰야마 성을 오가는 길에 간단한 한 끼를 원한다면 방문해보기를 추천.



- 쿠루마이도(手打うどん 車井戸)

3 Chome-2-29 Okaido, Matsuyama, Ehime 790-0004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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