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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우연히 만난 그 커피

도쿄 도쿄역 <사자커피(Saza Coffee)>

by 미니고래

비 혹은 눈이 내리는 날 도쿄역 인근에 있는 킷테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부쩍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커피 한 잔 생각이 간절해졌다. 도쿄도 우리나라만큼이나 카페가 많아서 어딜 돌아다니든 어렵지 않게 카페를 찾을 수 있다. 그래도 일상이 아닌 곳에서는 기왕이면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식당은 가리지 않아도 카페는 가리는 편.) 그래서 검색해본 끝에 발견한 곳이 바로 '사자(Saza) 커피'였다.


킷테 쇼핑몰 1층에 위치한 이곳은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2016, 2017년 연속 준우승, 2023년 재팬 브루어스 컵 우승을 차지한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카페라고 한다. 본점은 이바라키현에 있는데 전국적인 대형 프랜차이즈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바라키현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카페 브랜드라고 한다. (카페의 성공기를 소개하는 책이 있을 정도이다.) 대표 메뉴는 '장군커피'라고 불리는 커피인데,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원두를 블렌딩해서 와인을 닮은 농후한 맛과 섬세한 단맛을 이끌어냈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안고 카페로 들어서려는데, 엥? 만석이란다. 쇼핑몰 내부에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많은 건 아닌데도 만석이라니, 역시 유명한 카페인 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잠시 기다리기로 한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을 보며 뭘 마실지 생각하는데, 금세 자리가 생겨서 카페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카페 내부는 어둡고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일반적으로 카페라고 느끼는 분위기보다는 어쩐지 바(Bar)에 더 가까운 분위기랄까? 푸른색 조명과 아프리카의 나무 가면 조각 작품들이 어우러져 묘한 느낌이 드는 인테리어가 흥미로웠다.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고 번호표를 들고 자리에 가서 앉아 있으면 커피를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나는 장군커피가 아니라 오늘의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메뉴를 골랐다. 마침 내가 갔던 그 날의 원두가 엘살바도르 원두라고 했기 때문이다. 산지에 따라, 원두 품종에 따라, 로스팅에 따라, 바리스타에 따라 변하는 것이 커피 맛. 잔뜩 기대를 하고 앉아서 커피가 나오길 기다렸다.



카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푸른 계열 패턴의 예쁜 커피잔에 커피가 나왔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추웠던 몸도, 흐릿했던 정신도 다 좋아졌다. 이날 즐겼던 엘살바도르 원두는 신맛과 단맛의 밸런스가 좋아서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커피콩이었다. 전반적으로 무척이나 차분한 분위기여서 같이 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행위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커피로 유명한 카페답게 원두, 드립백을 비롯한 다양한 커피 제품들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커피 맛이 괜찮았어서 카페의 시그니쳐인 장군커피 드립백이라도 사 가지고 올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냥 돌아서기로 했다. 일본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보통 드립백은 로스팅 일자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서 로스팅이 오래된 원두를 살 확률이 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들렀던 쇼핑몰에서 우연히 만난 맛있는 커피. 하지만 그런 우연 덕분에 재미있었던 하루였다. 여행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앞으로도 여행에서는 마음을 좀 내려놓고 다녀보자.




- 사자 커피(Saza Coffee) KITTE 마루노우치

일본 〒100-7003 Tokyo, Chiyoda City, Marunouchi, 2 Chome−7−2 JPタワーKI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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