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래군으로부터 :::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여행 이야기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낯선 곳이 주는 흥미진진한 모험담, 두근거리는 그 이야기들이 재미있는 것은 어쩌면 그 이야기가 ‘저기’의 이야기라서 그런 건 아닐까?
공주님을 구하기 위해 사악한 용과 싸우는 왕자님의 모험
이야기처럼 티브이나 책과 같은 미디어를 통해 여행을 만나는 요즘 한국 사람들은 ‘지금-여기’로부터 벗어나서 ‘무엇’인가를 만나기를 꿈꾼다.
낯선 곳에서 우연히 만나는 고난과 역경(낯설다는 것 자체가 시련이니까),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야만 만날 수 있는 왕자님과 공주님의 행복한 결말처럼 아름다운 ‘무엇’을 갈망하는 것이다. 마치 움켜쥐면 흘러내려 사라지는 바닷가의 모래처럼 그 ‘무엇’은 언제나처럼 여전히 닿지 않는, 하지만 아스라이 보이는 곳에 있다.
그렇다고 그 ‘무엇’이 결코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닌 것이,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을 관광하거나 여행한 사람을 만나면 어쩐지 ‘나-당신’보다는 조금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를 만난 것 같은 위축을 느낀다. 아마도 ‘나-당신’은 아직 구해내지 못한 공주님을 그는 이미 구해냈기 때문이겠지. 그 ‘무엇’을 가지지 못한 자의 작아지고 또 작아지는 느낌은 ‘무엇’이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분명히 어딘가에 있다는 증거일 거야.
분명한 것은 그 ‘무엇’은 ‘지금-여기’에는 없다는 사실. 아주 조금의 여유만 생길라치면 배낭을 싸고 있는 여행자들에게 묻고 싶다.
‘저기’에서 당신은 그 ‘무엇’을 만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