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래군으로부터 :::
‘벗어나고 싶다.’
많은 이들이 일상에 지칠 때면 무심코 내뱉는 한 마디이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길들여진 편안함을 떨쳐버리는 것으로부터 오는 ‘불안’으로 말미암아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살아간다.
그 자리가 ‘제자리’라는 생각이 때로는 착각일 수도 있다는 점은 둘째 치고 익숙한 것으로부터 이탈하는 발칙한 상상과 행위가 불러일으키는 ‘불안’에 대해서는 사실 모두들 한 번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불안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어쩌면 속박은 익숙함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사실 여행 좀 다녀봤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 느낌을 ‘두근거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익숙했던 것이 더 이상 익숙하지 않게 되는 데서 오는 이질감이 섞인 당혹감과 같은 느낌을 즐기기 마련이다.
자, 그럼 우리 주위의 익숙함에는 뭐가 있을까? 우선 어제와 같은 오늘, 일상이라고 부르는 시간과 공간의 직조(織造) 패턴의 반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야 한다는 두발짐승의 숙명? 결국 이른바 말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는 모든 게 ‘익숙함’의 범주 안쪽에 있을 것이다.
혹시 그래서 공항에 들어설 때면 두근거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곧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이탈하면서, 동시에 내게 주어진 숙명에서도 일탈할 예정이니까.
그리고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떠나는 비행기 창문을 통해 보이는 서울이 살아갈 때보다는 덜 답답해 보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