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게 보낸 혼자의 시간

을지로입구역 <마노디셰프 명동점>

친구가 꼭 먹고 싶다는 메뉴가 있어 그 메뉴를 먹을 겸 불금도 보낼 겸 찾은 <마노디셰프>. 금요일 저녁이라 자리가 없진 않을까 하고 예약까지 하고 난 시간에 맞춰 갔는데, 친구가 트래픽잼 버스에 갇혀버렸다. 언제 버스가 움직일지 모른다고 해서 혼자 먼저 들어가 있기로 하고 안내받은 자리에 앉았다. 창가 쪽 자리여서 창 밖으로는 명동 건물들이 시원하게 보였다. 테이블 위에는 메뉴판 여러 개가 세팅되어 있었는데, 메뉴들이 많아서 이것저것 보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친구는 오지 못했고, 난 가볍게 와인 한 잔을 하고 있기로 했다.

레드와인 한 잔(11,900원) 주문을 했는데, 비냐 테라푸라 리제르바 까르미네르라는 칠레 와인이었다. 드라이하고 단맛이 없어 음식이랑 먹기에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금요일 저녁 혼자 레스토랑에 앉아 와인 한 잔을 기울이고 있는 기분도 괜찮았다. 시끌벅적한 인파들 속에서 혼자 조용하게 와인 한 모금이라니! 한 주의 마무리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이번 일주일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와인을 홀짝이며 명동 풍경도 보고 사람 구경도 하고 메뉴판 구경도 하고. 와인을 반쯤 마셨을 때까지도 친구는 오지 않았고 결국 샐러드 하나를 주문해서 안주로 먹기 시작했다. 내가 고른 샐러드는 부라타 & 스테비아 토마토 샐러드(22,900원). 새콤달콤하고 가벼운 느낌의 샐러드라 와인이랑 잘 어울렸다. 와인을 다 마셨을 때쯤 드디어 친구가 도착을 했다. 약속시간에 늦은 친구는 미안해했지만 난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이라 괜찮았다. 친구가 도착한 후 본격적으로 주문을 했는데, 처음에 친구가 먹어보고 싶다고 했던 감태 페스토 & 문어 뇨끼(31,900원), 그리고 피자는 아보카도 & 쉬림프 피자((32,900원)를 주문했다.

음식 맛은 전반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편이라 꽤 괜찮았고, 와인과도 잘 어울렸다. 친구는 아페롤 스프리츠(9,900원)와 함께 먹었는데 그 칵테일과도 잘 어울린다고 했다. (아페롤 스프리츠가 음료수 같은 느낌이라 뭐든 잘 어울렸겠지만.) 저녁을 먹으며 술을 한 잔 하며,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고 저녁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레스토랑을 나왔다. 이탈리아 음식이 당긴다거나, 분위기 있게 와인 한 잔을 하고 싶을 때 가보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가격대가 싸진 않아 자주 가긴 힘들지만,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쿠폰이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 참고해 보자.

- 마노디셰프 명동점

서울 중구 명동길 26 유네스코회관 1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