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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곳 조용한 시간

일본 후쿠오카 <모미지하치만궁(紅葉八幡宮 早良総守護)>

by 미니고래

후쿠오카에 도착한 날 저녁, 숙소에 누웠다. 피로를 달래면서 숙소 근처에는 뭐가 있나 구글맵으로 여기저기 둘러보던 중 눈에 들어온 곳이 있었다. <모미지하치만궁(紅葉八幡宮 早良総守護)>이라는 곳으로,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신사나 신궁 같은 곳을 일부러 찾아가는 타입은 아니지만, 사진을 보아하니 아담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인 것 같아서 내일 아침 일어나면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지금 숙소에서는 1박만 하고 나서 다음날 찾아오는 친구들과 합류하기로 했기 때문에, 어차피 내일 아침에는 체크아웃 때문에 느긋하게 늦잠을 잘 수 없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체크아웃 전에 훌쩍 산책 삼아 다녀와야겠다. 체크아웃 이후라면 캐리어까지 다 들고 가야 하니 아무래도 번거롭고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파트형 숙소라서 체크아웃 후 짐보관이 안 되는 곳이었다.)

굳은 의지(?)를 다진 채 이른 아침시각으로 알람까지 맞춰두고 잠이 들었지만, 다음 날 아침 나는 보기 좋게 체크아웃 30분 전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애초에 아침잠 많은 내가 이른 아침 일정을 소화할 생각을 한 것부터가 무리였다. 후다닥 체크아웃 준비를 하고 짐을 싸들고는 숙소를 나섰다.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시각까지는 아직 꽤 여유가 있어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다가, 캐리어를 끌고 <모미지하치만궁> 입구까지 가보기로 했다. 캐리어를 가지고 갈만한 곳인지 아닌지는 입구에서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하기로 하고.



이번 숙소는 조용한 주택가에 있었는데, 덕분에 <모미지하치만궁>으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10분 정도 걸어 <모미지하치만궁> 입구에 도착! 계단이나 흙길이 아닌 도로포장이 된 길이어서 캐리어를 끌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조금 경사진 길이었지만, 아직은 캐리어 안에 든 짐이 많지 않아서 가볍게 걸어 올라갈 수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5분 정도 올라가니 신사 경내에 도착했다. 신사 내부에는 바닥이 모래로 채워진 공간이 나와서 캐리어를 한 구석에 세워두고는 잠시 둘러보았다. 신사는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라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신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일본어로 모미지가 단풍을 뜻한다.) 단풍이 무척이나 예쁘게 물들어 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모미지하치만궁>은 15세기에 지어진 신사이다. 여성과 아이의 수호신, 그리고 액막이 신을 모시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신사에는 가족 단위로 찾아와서 사진을 찍거나 기원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난 신사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조용히 풍경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하늘도, 나무도, 날씨도 전부 좋아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시 캐리어를 끌고 신사에서 내려오는 길, 알고 보니 신사 메인 출입구는 전부 계단이었고 내가 우연히 발견한 출입구는 차로 올라가는 뒤편이었다. 만약 처음에 메인 출입구에 도착했다면 <모미지하치만궁>에 올라가는 것을 포기했을 텐데, 차로 올라가는 출입구로 오게 되어 다행이었다.




- 모미지하치만궁(紅葉八幡宮 早良総守護)

1 Chome-26-55 Takatori, Sawara Ward, Fukuoka, 814-0011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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