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 <Plus One Fusisaki(プラスワン藤崎)>
후쿠오카에 느지막이 도착하는 비행 편을 탔기 때문에 공항에 내린 시각은 이미 저녁도 한참 저물어갈 무렵이었다. 그래도 여기도 이미 몇 번 여행을 해서 익숙하게 수속을 끝내고 지하철을 타고 예약해 둔 숙소로 발 빠르게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내가 첫날을 머무는 숙소는 <Plus One Fujisaki(プラスワン藤崎)>라는 아파트형 숙소였다.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후지사키역에서 도보로 5-7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는데, 전철역에서 멀지 않아서 길을 헤메거나 하는 일 없이 수월하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해는 저문 지 오래지만, 아직 저녁도 먹지 못한 상태라서 짐만 풀고 근처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자고 생각하면서 체크인을 위해 숙소로 들어갔다.
이곳은 아파트형 숙소라서 따로 프론트나 직원이 없고, 사전에 운영 측으로부터 안내 받은 대로 셀프 체크인을 해야 했다. 후쿠오카에는 이런 숙소들이 많아서 이런 방식이 이미 익숙한 터라 이것 또한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순조롭게 진행되던 체크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사전 안내를 받은 대로 방 번호와 열쇠까지는 받았다. 이 숙소는 1인 1박에 4만 원 대인데, 숙박요금에 후쿠오카 숙박세(1인 1박에 200엔)가 포함되지 않아서 따로 지불을 해야 했다. 그리고 숙박세 지불을 위해 아파트 입구에는 자판기 형태로 숙박세를 낼 수 있게 기계가 구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천 엔짜리 지폐를 넣고 잔돈을 거슬러 받아야 하는 그때, 이 썩을 놈의 자판기가 숙박세도 처리 안 하고는 내 돈을 먹어버린 것이었다.
직원을 부르라는 메시지를 출력하고는 내가 넣은 현금 천 엔을 먹은 상태로 기계는 멈춰버렸다. 그때부터 약간 멘붕. 내가 받아야 할 잔돈은 800엔. 아주 큰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려 밥 한 끼 값이었기 때문에, 나는 결코 이것을 쿨하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 자리에서 숙소 측에 메일을 보냈다. 다행히 금방 답장이 왔고, 거기서 몇 번 더 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체크아웃할 때 키박스에 현금 800엔을 넣어두겠다는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그제야 배정받은 방으로 올라가 짐을 풀 수 있었다.
가뜩이나 밤도 깊어가는데 거기다 숙박세 사건으로 시간이 더 많이 흘러버렸다. 지친 상태에서 스트레스까지 받았더니 이미 식사를 하러 가게를 찾아다닐 만한 에너지가 나에겐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근처 슈퍼마켓에 가서 도시락이나 사다 먹자고 마음을 먹고 다시 숙소를 나와 슈퍼마켓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도시락과 즉석식품 매대에 음식이 하나도 없다! 폐점시간까지 그래도 1시간은 남았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없다니. 일본 여행에서 이런 슈퍼마켓 매대는 정말이지 처음 보았다. 하지만 앞서 겪었던 숙박세 사건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당황하지 않고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을 사 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숙소를 그제야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다. 이제 보니 복층 구조이다. 1층에는 싱글 침대 두 개가 있고, 복층에도 잘 수 있도록 침구류가 구비되어 있었다. 방 사이즈는 작았지만 머물고 자는 데에는 불편함이 없었고, 욕실에는 어매니티도 구비되어 있었다. 객실 입구에는 작은 싱크대와 인덕션이 있고,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까지 있어 편의점 도시락을 데워 먹기에도 편했다. 다만 욕실에는 세면대가 없어서 주방 싱크대에서 양치를 하거나 손을 씻어야 해서 그 부분은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갔을 때에는 방 인테리어를 바꾼 직후인 모양인지 코팅제 냄새 같은 것도 남아 있어서 그 부분이 조금 불편하긴 했다. 그래도 숙소를 크게 가리지 않는 편이라 잘 잤고, 어차피 1박 후 체크아웃이라서 큰 불만은 없었다. 복잡한 텐진이나 하카타보다 조용한 동네에 있고, 내가 좋아하는 니시진역에서도 가까워서 좋았다. 1박에 4만 원 대라면 다음 후쿠오카 여행에도 찾아갈 듯하다.
- Plus One Fujisaki(プラスワン藤崎)
일본 〒814-0013 Fukuoka, Sawara Ward, Fujisaki, 1 Chome−20−3 プラスワン藤崎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