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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자체가 문제는 아닌데

일본 후쿠오카 <후쿠오카 게스트하우스 지카(福岡ゲストハウスJikka)>

by 미니고래

이번 후쿠오카 여행을 준비할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숙박비였다. 숙박비야 호텔의 등급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유독 등급에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비싸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혼자이면서도 또 같이 했던 여행이라서 주말에는 혼자 후쿠오카에 머물게 되었는데, 이상하리만큼 숙박비가 너무 비쌌다. 캡슐 호텔도 1박에 20만 원, 이전에 머물렀던 저렴한 숙소들은 이미 만실이었다. 시내에 있는 대부분의 호텔들도 1박에 30-40만 원씩 했다. 비싸도 너무 비쌌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오랜만에 도미토리 숙소에 가보기로 했다. 검색 끝에 찾은 곳은 <후쿠오카 게스트하우스 지카(福岡ゲストハウスJikka)>였는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착한 편(1박에 약 5만 원)에, 위치도 좋고 평도 좋아서 이 숙소로 결정을 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도미토리 숙소도 많이 이용했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다인실에 묵는 것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당연히 혼자 머무는 숙소가 편하긴 하지만 30-40만 원이나 숙박비로 쓰고 싶지 않았으니, 도미토리의 불편함 정도는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지카>는 야나기바시 시장 옆에 위치해 있어서 텐진이랑 하카타를 도보로 오갈 수 있다. 숙소는 가정집을 개조한 형태라 좀 좁은 편이었는데 방은 4인실로 꾸며져 있었다. 1층엔 부엌을 겸한 공용공간(귤, 과자, 각종 차 상시 구비), 2층에 남자방 2개실, 3층에 여자방 2개실이었다. 체크인을 할 때 후쿠오카 숙박세(1인 1박 200엔)를 내야 했고, 수건은 유료로 렌탈을 해야 했다. 전체적으로 숙소는 깔끔하고 필요한 것들(샴푸, 바디워시, 드라이기 등)도 갖추어져 있어서 머무는 동안 불편함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숙소에 머무는 이틀 동안 최악의 수면부족을 겪게 될 나의 미래를 이때는 알지 못했다.



하루 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 내가 배정받은 침대에서 쉬고 싶었는데, 늦은 밤 2명의 일본인이 체크인을 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두 사람은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마구 떠들어댔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에 호스트에게 전화를 걸어 큰소리로 이것저것 물어봤다. 도미토리 숙소는 다른 사람들과 쓰는 공간이니 늦은 밤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매너인데 그런 건 전혀 알지 못한다는 듯이 떠들어댔다.(작은 숙소라서 아마 다른 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떠드는 소리를 들었을 거다.) 겨우 조용해지나 싶어 잠이 들었는데 새벽이 되자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도 되지 않은 시각, 호스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휴대폰 충전기를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기본적인 예의라고는 눈은 씻고 찾아봐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화가 나서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왠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외국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것은 원치 않아서 겨우 참았다.


결국 잠을 제대로 설치고는 일어나서 침대에서 나가려고 보니, 이번에는 캐리어로 내 침대를 다 막아 놔서 나갈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화가 났지만 캐리어 주인은 이미 외출해서, 화를 낼 상대도 없었다. 그렇게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다시 늦은 저녁, 개념 없는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숙소로 돌아왔다. 그러더니 창문도 열기 힘들고, 캐리어 하나도 겨우 펼 공간도 없는 작은 방에서 냄새나는 무언가를 한참 먹더니, 방을 나가버렸다. 공용공간이 있는데 굳이 왜 방에서 먹는 거니... 냄새가 너무 나서 환기를 시켜 놓고 1층 공용공간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겨우 잠만 잤다.


물론 도미토리니까 이런저런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었다면 도미토리를 선택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숙소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민폐객들로 인해 너무 고생스러웠어서 결국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숙소가 되어 버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머물렀던 주말에 후쿠오카에서 일본의 유명 아이돌의 공연이 있어서 숙박비가 그렇게 비쌌던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일본 여행을 할 때는 그런 공연 스케줄까지 고려해서 여행 날짜를 정해야 할 모양이다. 다들 일본 대도시를 여행할 때는 이 점을 참고하시길!(후쿠오카는 내년 4월까지 굵직한 공연들이 예정되어 있다.)




- 후쿠오카 게스트하우스 지카(福岡ゲストハウスJikka)

1 Chome-14-25 Haruyoshi, Chuo Ward, Fukuoka, 810-0003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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