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해지는 고전문학 <작은 아씨들> 동화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교훈, 삶의 태도 등은 생각보다 깊고 향기로웠다. 한 구절 한 구절이 훈훈하고도 따뜻했다. 마치 부인이 딸들에게 해주는 조언은 나도 모르게 마음에 새겨졌고, 작은 아씨들의 대화와 삶을 보며 따뜻한 미소와 위안을 얻었다.
동화 속 성전 <작은 아씨들>을 읽으며 재밌는 성경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가정교육도 기독교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엄마, 아빠의 가치관, 조언 등은 성경말씀 같이 느껴졌다. 시의적절한 따스한 조언은 진부하지 않았고, 지혜롭고 현명했다. 흔들림 없이 옳은 길, 옳은 행동을 몸소 보여주는 부모님이 계시니 작은 아씨들은 축복받은 이들임에 틀림없다. 사랑과 자유, 질서 안에서 자란 자매들은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뽐낸다. 가난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겁게 지낸다. 각자의 내면의 문제와 씨름도 하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충실히 의무를 이행하고 내면의 적과 용감하게 싸우며 아름답게 스스로를 이겨내길, 언젠가 내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 ‘작은 아씨들’이 더욱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게 자라 있길 바라고 있어. - <작은 아씨들> 중 아빠의 편지
"삼가고 기도해야지. 노력하는 도중에 포기하지 말고, 네 단점을 고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마.” 마치 부인은 헝클어진 조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로 끌어당기며 눈물 젖은 뺨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 <작은 아씨들> 중 엄마의 대사
“그래, 내 딸아. 도와줄게. 너무 서럽게 울지 마. 오늘 일을 명심하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온 영혼을 다해 결심하렴. 조, 사람은 누구나 광야의 시험에 들 때가 있어. 네가 겪은 일보다 훨씬 지독한 시험도 겪지. 그 시험을 이겨내려면 때로는 목숨을 다해야 하기도 해. 넌 네 성질이 세상에서 최악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성질도 예전엔 너 못지않았어.” - <작은 아씨들> 중 엄마의 대사
작은 아씨들의 성장기 나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하는지, 스스로를 어떻게 컨트롤해야 하는지, 갑자기 찾아온 사랑 앞에서, 외로움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누려야 하지는, 또 육아와 부부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자매들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 진리들을 배운다.
나중에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들 거야. 그러니까 너무 우울하거나 초조해하지 말고 네 의무를 다해. 그럼 보상을 받게 되어 있어. - <작은 아씨들> 중 조의 대사
원하는 걸 갖기 어렵게 됐다고 나머지 좋은 선물들을 다 내다 버리는 건 정말 못난 짓이야. - <작은 아씨들> 중 에이미의 대사
마치네 가정교육 가난하지만 품위 있는 마치네 가족. 자유롭고 왁자지껄하지만 작은 아씨네 집은 늘 품위가 있다. 겉보다 내면이 더 우아하다. 어머니는 딸들에게 필요한 책을 선물하고, 딸들은 밤마다 책을 읽고 잠들고, 매일매일 책을 나침반 삼아 삶에 적용하고자 노력한다. 어머니는 아이들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단 스스로 깨닫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허영심이 많은 아이에겐 현실의 소중함을, 불같은 성격의 아이에겐 조언과 위로를, 소심한 아이에겐 적극적인 사랑과 보호를, 재능이 있는 아이에겐 응원을. 어머니는 딸들에게 필요한 예의를, 성품을, 구제를 가르친다.
"진정한 재능이나 장점이 남들 눈에 띄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그러니까 당장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본인이 그런 재능과 장점을 지녔다는 걸 잘 알고 좋은 방향으로 쓰면 되는 거야. 사람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겸손함에서 나온단다." - <작은 아씨들> 중 엄마의 대사
균형 잡힌 삶 작은 아씨들은 어리지만 균형 잡힌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일을 알았다. 자유가 주어져도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과 일의 유익과 일이 가져다주는 균형을 잘 알았다. 집안일을 게을리하면 집이 지저분해지고, 어수선해진다. 바느질을 하지 않으면 온전한 이불, 옷을 덮고 입을 수 없다. 작은 아씨들은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간다. 공부, 일, 노는 것까지. 어떤 것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간다.
“너희가 짊어져야 할 작은 짐에 대해 조언을 해줄게. 때로는 짐이 버거울 때도 있겠지만, 짐은 우리에게 유익한 거야. 짊어지는 방법을 깨달으면 점점 가볍게 느끼게 돼. 일을 하는 게 건강에 좋고, 누구나 해야 할 일은 많이 있어. 일을 해야 삶에 권태를 느끼지 않고 나쁜 짓을 멀리할 수 있는 거야. 일은 건강과 영혼에도 보탬이 돼. 돈이나 유행을 좇는 것보다 일을 열심히 해야 힘과 독립심을 기를 수가 있어. 그렇다고 극단적으로 노예처럼 일만 하고 살아서도 안 돼. 규칙적으로 일을 하고 쉴 땐 쉬어야지. 하루하루를 유익하고 즐겁게 보내면서, 시간의 가치를 잘 알고 활용할 줄 알면 되는 거야. 그래야 젊은 날이 기쁨으로 가득하고 노년이 돼서도 후회가 적어. 가난하더라도 아름답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면 돼.” - <작은 아씨들> 중 엄마의 대사
베스의 평온한 죽음 베스의 죽음이 인상적이었다. 죽음을 평온하게 맞이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준비했다. 고요하고 따뜻하게, 가족들을 배려하며 또 사랑하며 그 마지막을 맞이했다. 자매 중 가장 착하고 여리고 약했던 셋째. 베스 자신이 자신의 유약함을 알았다. 마지막 날이 다가옴을 느끼고, 그 시간을 천천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보통 죽음이라 하면 두려우면서도 저항하게 되는 그 무언가가 아닌가? 베스 또한 씨름이 있었지만 그 이후엔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했다. 그 과정 속에서 보여준 그녀의 태도와 자세가 꽤나 성숙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베스는 자신만의 소박하고 이타적인 방법으로 이 세상의 삶에서 물러나 신성한 위로의 말씀, 조용한 기도, 사랑하는 음악을 통해 다가올 다음 세상의 삶을 준비하는 듯했다. 베스의 이런 모습은 어떤 현명한 설교보다, 성스러운 찬송가보다, 열렬한 기도보다 조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 <작은 아씨들> 중에서
죽음으로 숱한 이들을 떠나보낸 사람들은 삶이 마치 잠처럼 자연스럽고 단순하게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베스도 본인이 바랐던 대로 ‘썰물처럼 어렵지 않게’ 빠져나갔다. 새벽이 오기 전 아직 세상이 어둠에 잠겨 있을 때, 베스는 세상에 태어나 첫 숨을 토해냈던 어머니의 품에 안겨 조용히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사랑스러운 표정과 작은 한숨 외에 별다른 작별 인사는 없었다. - <작은 아씨들> 중에서
특별한 매력의 소유자, 조 이야기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둘째 조. 저자가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틀에 메이지 않고 개혁적이고 자유분방한 조. 연애보다는 자아실현, 꿈, 돈, 명예에 관심이 많다. 여자의 삶보다 남자의 삶을 더 동경한다. 욱하는 성격이 있고 조심성이 없지만 솔직하고, 똑똑하고, 굳건하다. 외로움과 아픔의 시간을 겪고 더 성숙해지고 단단해진 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는 가난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가난 때문에 얻은 것이 더 많고,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사랑하는 남자의 가난도 좋아한다. 그가 가난해서 좋다고 말한다. 가난의 낭만을 어떻게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묘사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가난 때문에 푹 익어진 절제, 겸손, 성실함, 소중함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내 마구간에는 아라비아 말들이 가득하고 방에는 책이 잔뜩 있어. 나는 마법 잉크스탠드에서 잉크를 찍어 글을 쓰는 거야. 내가 쓴 글은 로리의 음악만큼이나 유명해지겠지. 난 나중에 천상 도시에 들어가기 전에 멋진 일들을 하고 싶어. 영웅적이고 놀라운 일.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람들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 일.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잘 찾아봐야지. 언젠가는 모두를 놀라게 해 줄 거야. 일단 책을 써서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려고. 그게 제일 이루고 싶은 꿈이야.” - <작은 아씨들> 중 조의 대사
조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야망을 접고 새로이 더 훌륭한 꿈을 향해 나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덕분에 하찮은 욕망들은 저만치 치우고, 영원한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 <작은 아씨들> 중에서
“난 당신이 가난해서 좋아요. 부자 남편은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가난을 겁내지 말아요. 오랫동안 가난하게 살아와서 가난이 두렵지 않아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데요." - <작은 아씨들> 중 조의 대사
고전이 주는 유익 이번에도 고전문학이 주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예부터 고귀하게 여겨지던 가치, 진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 같다. 무엇보다 가정, 교육, 성품, 품위,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1,2권이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좀 오래 읽었지만 그래도 읽을 때마다 훈훈해지고 깊게 생각해보는 지점들이 있었다. 너무 예쁜 동화였다.
모든 이들에게 자비롭고 사랑스러운 영혼은 매정함을 용서하고 진심으로 잊을 수 있다는 교훈, 책임을 다할 때 가장 큰 고난도 쉽게 이겨낼 수 있다는 교훈, 깊은 신앙심이 있으면 두려움을 떨치고 담담히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교훈이었다. - <작은 아씨들> 중에서
<작은 아씨들. 2020> 영화 <작은 아씨들. 2020> 영화도 보았는데 책을 조금이라도 읽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등장인물이 워낙 많고, 거의 일대기를 담은 이야기라 점프되는 지점이 많다 보니 영화의 흐름만 보고서는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생략된 이야기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편집도 책 구성과 다르게 앞뒤가 다르게 배치된 부분도 있다. 특히 베스의 죽음은 책과 영화의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조와 로리와 에이미의 관계도 살짝 다르게 해석해 놓은 거 같고. 영화는 조에서 시작해 조로 끝나는 느낌이 강하다면 책의 엔딩은 캐릭터별 호흡이 더 길고, 더욱더 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