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감 : 아날로그의 미학
동감/김정권 감독/김하늘, 유지태 출연
어렸을 적 가족들이랑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동감> 영화를 상영해줬다. 늦은 밤이었고, 깨어있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큰 스크린으로 <동감> 영화를 함께 시청했었다. 엄마와 나도 함께 영화를 보았다. 엄마는 영화의 엔딩 즈음에 눈물을 흘렸다. 사실 그렇게 슬픈 영화는 아닌 거 같았는데 의아했다. "엄마 울어?" 어린 나는 눈치 없게 엄마에게 물었고, 엄마는 "아니야..." 하시면서 눈물을 감췄다. 영화보다 엄마의 그 눈물이 더 인상 깊었다.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그 영화를 보았을까. 엄마의 그 감수성을 함께 느끼고 싶었다. 어린 나는 소외감을 느꼈다.
20년이 지난 후, 동감 영화의 재상영 소식이 들렸고, 나는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영화를 다시 찾아보았다. 그리고 풋풋한 그 영화에 잠시 빠져들었다.
1979년 여자와 2000년의 남자
수수하고 소박한 여대생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교신을 하는 과거의 여자와 미래의 남자. 옛날 영화지만 스토리며 감정선이며 흠잡을 데가 없었다. 촌스러운 화면 기법은 오히려 더 재밌기도 했고.
1979. 그 시절의 사랑은 유난히도 수줍고, 머뭇거린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소중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거 같기도 하다. 물론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뭔가 더 소중하게 다뤄지는 느낌 같은 느낌.
누군가를 위해 나의 것을 포기한다는 것
여주인공은 교신기로 미래의 남자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그의 말을 들은 이상 지금 내가 바라는 바를 밀어붙일 수 없기 때문. 그녀의 바람대로 된다면 미래는 다 바뀔 것이다. 여주인공은 결국 원하는 것을 포기한다. 미래의 남자가 말해준 대로 그렇게 미래가 흘러가게끔 자기의 자리를 내어준다.
양보와 포기의 미학
나이가 들었는지 이제 어떤 개척, 투쟁, 사투가 버겁다. 성취보다는 누군가를 배려하고 포기하는 그 여운이 굉장히 강하게 남는다. 바보 같아 보이고, 실속 없어 보이고, 남는 게 없어 보이지만 그녀의 삶에는 향기가 났다. 세월이 흐른 그녀의 얼굴엔 조용하고 평화로운 미소가 감돌았다. 나도 그런 향기를 머금고 살고 싶다. 조용히 배려하고, 내 자리를 내어준 흔적이 있었는지 돌아본다. 생각보다 그런 양보와 포기의 흔적이 없었다. 원하는 건 가지려 했고, 안되면 되게끔 노력했고, 기다리기보단 쟁취하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