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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Jul 11. 2020

[영화] 아는 여자 : 장진 감독표 사랑철학

아는 여자 / 장진 감독 / 정재영, 이나영 출연

위트 있는 장진 감독의 2004년 작. 장진 감독은 워낙 연기도 잘하고 글도 잘 쓰고 연출도 재밌게 잘하는 다재다능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보다는 2004~2005년이 전성기였던 거 같다. <아는 여자>는 담백하면서도 웃긴, 장진 감독만의 사랑철학이 담겨있는 영화다. '사랑이란?'으로 시작해서 '이게 사랑의 시작이지!'로 끝나는.



사랑에 대한 갈망과 실패

주인공 동치성의 사랑에 대한 갈망은 엄청나다. '이번에도 사랑이 아니었다'라고 말하는 내레이션에서 그의 참사랑을 향한 갈망이 얼마나 큰지 느껴진다. 삶의 목적, 삶의 중심이 '사랑'인 것처럼 살아간다. 야구선수인 그는 승리를 위해 공을 던지지 않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공을 던진다. 하지만 매번 사랑이 스쳐 지나간다. 그가 생각하는 영원한, 특별한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의 실패는 마치 삶의 시한부 선고와 같다.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 그저 마지막을 향해 묵묵히 걸어간다. 그 끝을 위해 살아간다. 매 시퀀스마다 무겁고 진지한 동치성에게 사랑에 대한 가벼운 접근을 제안한다. "사랑... 뭐 별 거 있습니까? 그냥 이름 물어보고  서로 알아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늘 내 곁에 있었던 그녀

그의 그 무거움과 진지함 때문일까? 늘 곁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를 보지 못한다. 자신이 생각한 그 이상적인 사랑에 갇혀 내 앞에 있는 그녀를 누리지 못한다. 마지막이 돼서야 끝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와서야 그녀의 존재를, 그녀의 관심을 느낀다. 하지만 그의 끝이기에 끝을 염두해둔 다소 무기력하고 체념한 듯한 관계를 이어간다. 그저 그녀의 관심에 끌려가고 맞춰주는 그의 행동 양상.


그냥 아는 여자

그녀는 오랫동안 동치성을 짝사랑해왔다. 어렸을 적 동네에 이사 온 야구선수 오빠에게 첫눈에 반했고, 그 이후부터 그의 주변을 서성거렸다. 눈길 한번 주지 않던 그. 우연한 계기로 함께하게 됐는데... 그가 주사가 없다는 걸 알게 되고, 그의 질병도 알게 된다. 한 뼘 더 친근해진 느낌. 늘 그래 왔듯이 그리고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그를 챙기고, 그를 걱정하고, 그와 함께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그 남자에게 그냥 아는 여자일 뿐이다.


장진표 코미디

주인공 남, 여는 진지한데 상황은 웃기다. 캐릭터는 현실 캐릭터 그대론데 그의 개똥철학도, 그녀의 진심 어린 걱정도 희화화된다. 진지한 상황에서 뿜게 만드는 그런 재주가 있는 거 같다. 장진 감독의 개그가 말이다. 극적인 상황에서 돌발상황을 마주한 캐릭터들의 현실 반응은 너무 공감되면서도 웃기다. 주인공 남이 사랑을 찾아가는 내내 웃음 포인트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 놓았다. 또 영화 속 장진의 카메오 역할도 나름 재미 포인트.


끝에서 만난 사랑의 시작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끝이 아니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긴 동치성. 끝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렇게 체념하듯이 하나씩 정리하고 있었는데... 끝이 아니라니. 그는 잠시 잠깐 정신을 놓아버린다. 지금 다시 살아야 한다니... 의미도 없고 목적도 없는 삶을 다시 살아내야 한다니! 혼란에 빠졌다가 다시금 깨닫는다. 사랑도 살아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거. 살아있을 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거. 지금 내 삶이 다시 시작된 거라면, 이럴 때가 아니지. 그럼 사랑을 시작해야지. 그는 아는 여자에게 달려간다. 더 이상 무기력하고 체념적인 자세가 아닌 좀 더 적극적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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