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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Jun 02. 2023

집도 미니멀 몸도 미니멀!

4번째 산후다이어트 도전기

‘나를 바로 세우는 말들‘이라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매일 글감을 주고 주제에 맞는 글을 쓰는 모임이다.

23년 1월 글감 중에 ‘당신이 삶에 바꾸고 싶은 것을 떠올려 보세요’라는 문장이 있었다.

보자마자 키득거리며 체중 앞자리를 ‘5’에서 ‘4’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여자라면, 엄마라면 누구나 다이어트를 간절히 원할 것이다.

매년 새해 목표 중 단연 1~3등을 다투고 있는 목록이 다이어트, 영어공부, 독서가 아닐까?

4남매맘인 나는 왜 이렇게 산후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는 걸까?

출산 후 전형적인 아줌마의 몸매로 변한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일 것이다.

내가 나를 놓아버렸다는 아쉬운 마음을 붙잡고 싶어서 일 것이다.

4남매의 엄마가 되었어도 여자인데 예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일 것이다.


열 살 차이 나는 언니가 있는데 언니가 고등학생 때 체중이 급격히 증가해서 어린 나에게는 저녁에 많이 먹지 말라고 늘 말해줬다.

언니 덕에 7시 이후에는 거의 먹지 않았다.

그 영향으로 아담한 사이즈를 유지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서른 살까지의 최고 체중이 고3 때 47Kg였고, 결혼 전에는 44kg였다.

156Cm의 작고 아담한 사이즈였다.


그렇게 아담사이즈로 살아오던 나는 4번의 임신 때마다 입덧이 뭐라도 먹어야 가라앉는 ‘먹덧’이었다.

임신 초기에는 울렁거릴 때마다 먹고 나중에는 자주 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 먹다 보니 매번 16~20kg 정도씩 늘어났다.

많이 먹어서인지 아이들 모두 3.3Kg 이상으로 출산했고, 넷째는 무려 4.1Kg로 세상에 나왔다.

의사 선생님이 넷째는 머리 둘레가 많이 커서 셋째까지 자연분만 했어도 넷째는 어려울 수 있다고 하셨다.

다행히 넷째는 유도분만하려고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자연진통이 오고 자궁문이 빠르게 열려 진통 몇 분 겪지 않고 무통주사 맞을 겨를도 없이 밀고 나와 빛을 보게 되었다.


3번의 산후다이어트 성공으로 48kg까지 체중감량을 이뤘다.

정말 죽기 살기로 다이어트를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어리고 대신 봐줄 사람도 없고 심지어 타국에 살았던지라 홈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저녁에 아이들을 재우고 운동을 했고, 식단도 나름대로 유지했다.

무얼 위해 열심히 산후다이어트를 했던 걸까?

항상 작았던 나이기에 내 몸을 다시 예전처럼 돌려놓고 싶어서였다.

위대한 일을 치르고 남겨진 영광의 상처 같은 튼살들을 보며 나의 몸의 변화들로 자존감이 떨어져서였다.


셋째 때는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다가 면역력 저하로 신우신염에 걸려서 아픈 적이 있다.

타국에 살면서 링거투혼을 하며 아파서 누워있는 엄마 옆을 지키던 막 기기 시작한 셋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엄마는 아프면 안 되는다는 것을 그때 제대로 깨달았다.

넷째 임신 때는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혀 남편과 6개월간 생이별을 하게 되어 세 아이와 나만 한국에 남겨졌다.

그때 개인적인 일들과 코로나 후유증으로 산후우울증에 무기력증까지 더해져서 산후다이어트는 생각도 못했고 조리원 퇴소일 체중을 2년 넘게 유지했다.


미니멀라이프 실천을 통해 생긴 여유 시간에 나를 돌봐주며 작은 성공들을 쌓아가다 보니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게 되었다.

산후 다이어트, 몸미니멀은 혼자는 도저히 하지 못할 것 같아 부끄럽지만 SNS에서 작년 말 함께 산후다이어트를 하실 분들을 모집해서 한 달 반동안 2kg 감량에 성공했다.

2kg 감량에 무슨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엄청나게 값진 성공이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천성적으로 조금 먹으면 화가 나는 사람이라 식단을 조절하며 4남매를 케어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의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나 다시 할 수 있어 ‘라는 자신감을 장착하게 되었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자존감도 회복되었다.


1월부터 계속 이어서 식단과 운동인증을 하며 건강하게 몸미니멀을 하려고 한다.

미니멀라이프 카페에서 금기시하는 ‘몸미니멀’이라는 신조어(?)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몸에 불필요한 지방들을 미니멀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로 쓰길 원한다.

매일 당기는 당과 4남매 케어하는 데 필요한 정신력 싸움을 하며 힘겨워하는 중이지만 2월까지 2kg 감량, 4월까지 또 2kg 감량을 성공할 것이다!

그래서 꼭 5월엔 앞자리를 ‘5’에서 ‘4‘로 바꿀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얼굴살부터 빠지고 초췌해 보여서 주변의 안타까움의 소리를 들을 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내가 목표한 바를 이뤄내고 말 것이다.

내 것 아닌 지방들을 털어낼 것이다.

나와의 싸움에서 꼭 이겨낼 것이다.

집뿐 아니라 내 몸도 미니멀하게 되길 바란다.

오늘부터 다시 정신무장하고 건강한 식단으로 바꾸고 운동도 꾸준히 해야겠다.

파이팅!!

위의 글은 23년 1월에 썼던 글이다. 지금은 5월.. 계획에 실패했다.

마흔에 하는 4번째 산후다이어트는 더 쉽지 않은 것 같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줄여가고 생활비를 줄여가며 미니멀한 삶을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지만 한 가지 미니멀하지 못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내 몸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양’이다.

집만 정리하고 비워낼 것이 아니라 원래 내 것 아니었던 지방덩어리들도 비워내고 싶다.

집을 가꾸고 돌보는 시간도 가지며 내 몸도 아껴주고 필요 이상의 음식을 섭취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좋은 음식들로 채우고 싶다.

불필요한 지방은 비우고, 근육으로 채우고 싶다.

올해에는 꼭 넷째 산후다이어트, 몸미니멀을 성공할 것이다.

글에는 힘이 있다고 했으니 다시 적어본다.


‘아이를 넷이나 낳았으면 이 정도의 복부지방은 장착하고 있어야 인품 좋아 보이지~’라는 마음을 갖다가도 ‘내 것 아닌데 왜 이렇게 오래 지니고 있지?’ 라며 한탄을 하기도 한다.

학습된 무기력으로 ’ 나는 하지 못 할 거야, 다시 또 밥 먹고 빵 먹겠지, 여태 성공 못했는데 할 수 있겠어? ‘라는 부정적인 마음 차단하고, 마음의 가드를 올려야겠다.

건강한 몸미니멀에 꼭 성공할 것이다!


결혼 전에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다이어트를 했다면, 마흔에 4남매맘이 된 지금은 ‘몸미니멀’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해 온전히 나를 위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이제는 넷째 낳은 지 3년이 되어간다.

아직도 내 것 아닌 것들이 5Kg이나 남아있다.

결혼 전 체중으로 돌아가기엔 무리가 있어서 올해까지 딱 3Kg만 감량하고 싶다.

‘의지’는 쓰레기다. 할 수 있는 ’ 환경‘을 만들어라.라는 말을 며칠 전 들었는데 격하게 공감했다.

다이어트도 나약한 나의 의지만으로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운동모임 3곳에 나를 가둬두었다.

몸미니멀에 성공했다는 글도 언젠가 남길 날을 기대해 본다.

건강한 방법으로 무리하지 않으며 하는 산후다이어트, 몸미니멀 성공기 기대하시라.

개. 봉. 박.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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