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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Jul 14. 2023

집과 마음의 이야기

내가 사는 집이 나의 마음을 보여주는 곳이다?

남편의 일자리를 따라 이사를 해야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은 우리가 이사할 집이 아니라는 생각에 집을 알아볼 때 돌계단부터 너무 위험할 것 같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이미 물건들로 가득 차 있는 집에는 벽에 빈 틈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껏 살며 봐왔던 집 중에 단연 1등으로 물건이 많은 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었을 때부터 사셨으니, 20년 넘게 사셨다고 했다.

들어가자마자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하나 싶을 정도로 민망했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고 5개월쯤 되었을 때라 물건으로 가득한 집을 보면 마음이 조금 어려웠다.

그래서 더 이 집은 우리가 이사할 집이 아니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결국 우리가 살 집이었는지 계약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미니멀라이프 실천으로 6인 가족의 짐이 5톤 윙바디트럭 한 대에 다 실려서 일찍 이동하게 되었다.

전에 살고 계셨던 분들이 많은 가구들을 버리고 계신 걸 보고 집에 들어가 봤더니 예상대로 곰팡이 천국이었다.

이사 나가시면서 ‘우리도 이러고 살았어요’라고 하셨다.

‘네?’

남편과 둘이 사는 거면 어떻게든 살아보겠는데 어린아이가 넷이나 있는데 이런 곰팡이 소굴에서 키울 자신이 없었다.

집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기에 빠르게 도배를 알아봤다.

다행히 다음날 가능하다는 업체를 만나서 도배를 진행했다.

도배 직원분이 짐이 들어온 상태에서 하는 거라 힘든 작업이었는데 곰팡이가 심해서 더 힘들었다고 하셨다.


집의 상태가 사람의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 너무나 와닿았다.

집 곳곳을 2달 정도 손봐가며 ‘전에 사셨던 분들은 왜 이런 상태로 사셨을까?’ , ‘혹시 어디 편찮으셨나?’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봤었는데..

나중에 윗집 엄마에게 들었더니 ‘암’이셨다고 한다.

‘큰 병을 앓고 계셔서 집을 돌보실 수가 없었던 거였구나..‘라고 한 번에 이해가 되었다.


감히 암에 비교할 건 못 되지만 넷째 출산 후 우울증을 앓았었는데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집 안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집이 안식처가 되어야 하는데 집에 있으면 가득 찬 물건들 때문에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종종 쉬러 나가곤 했다.

나갔다 오면 나가 있는 동안은 괜찮았지만 다시 집에 들어가면 힘듦은 배로 다가왔다.

다 내가 들여놓은 물건이면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겠지만 감사하게도 물건들이 알아서 들어오는 집이어서 비워내는 물건의 양을 압도하곤 한다.


아이들에게 ‘책육아’를 하겠다며 만삭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에서 책을 들여놓기 시작했고, 안 그래도 19평 작은 집 거실 한 쪽면을 책장과 책으로 가득 채워두고, 그 책들을 빼고 어지럽히며 노는 아이들을 보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책을 가지고 노는 것까지는 예쁘게 봐주겠는데 정리는 항상 나의 몫이었다.

내가 들여온 그 물건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나의 마음 상태는 어떤 마음 상태였을까?

아이들이 책을 한 권씩 빼서 읽고 예쁘게 꽂아놓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현실과 비교하는 마음이었다.

집이 어지럽혀져 있는 게 불편하면 내가 정리하면 되는데 내 몸도 힘들고 다른 집안일들도 쌓여있어서 아이들이 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나를 힘들게 하는 물건들을 굳이 들여놓고 힘들어하다니 참 재밌는(?) 상황이었다.


집이 어지러우면 숨이 가빠왔다.

지금 생각하면 산후우울증과 무기력증, 분노조절장애, 약간의 공황장애까지 더해졌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치우라고 했다.

새벽마다 깨는 어린아이들, 밤기저귀 가리지 못하는 아이들과 함께 8년을 지내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던 것이다.

집안을 돌볼 힘이 없었다.

치우고 정리해도 말짱 도루묵이었다.

정리하고 뒤돌아서면 어지럽히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더 최악인 건 깨끗하지 않은 건 보고 있기 힘들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미니멀라이프하는 집들을 보며 부러워하며 ’ 나도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다.‘라는 마음을 가지며 비교하며 힘들어했던 것도 있다.


도저히 이런 마음들을 가지고 육아하며 지내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미니멀라이프를 하기로 결심했다.

나의 마음을 어렵게 하는 것들과의 이별을 선포하며 SNS계정을 하나 더 만들고 비움과 정리하는 모습들을 기록해 가기 시작했다.

참 신기한 것은 미니멀라이프 실천을 통해 산후우울증이 극복된 것이다.

물건을 비워가며 마음까지 청소되는 걸 경험했다.

물건 치우느라 허비했던 시간들이 줄어가며 조금씩 생겨나는 여유 시간들을 통해 넋두리 글쓰기도 하고 운동, 독서를 시작하며 회복되어 갔다.  

마음의 상태와 집의 상태가 왜 같은 것인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집이 깨끗해지면 그 집에 머물고 있을 때 기분까지 좋아지고 편안해진다.

반대로 정리되지 못한 상태로 지내다 보면 아이들에게 짜증은 물론이고, 감정이 격해지면 나쁜 말이 나오기도 한다.

마음을 위해서라도 집을 정돈해 가며 살아가기로 했다.


장마가 한창인 요즘, 집에 있으면 답답하고 힘드신 분들이 있다면 눈에 가장 잘 보이는 한 곳을 정리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마음까지도 정화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집이 진정한 ‘안식처’가 되는 그날까지 미니멀라이프를 계속 실천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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