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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Jul 05. 2023

엄마와 섬

엄마가 된 후 가끔 섬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섬’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4남매를 학교와 어린이집으로 보내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데, 그때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 ‘무인도’에 사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잦은 이사와 이민으로 인해 자주 교류하던 이들과 점점 멀어져 왕래하기가 어려워졌다.

코로나로 인해 지인들과 나의 관계가 바다와 섬 사이만큼이나 벌어져 버렸다.

한 번 만나려면 날을 잡고, 날씨를 확인하고 ‘배’를 타고 섬에서 내륙으로 나가야 한다.

섬에서 내륙까지 가는 길에 산호초,해일 같은 많은 문제들이 타고 가야 할 배를 붙잡는 상황이 온다.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지인들을 만나러 갈 수 없도록 나의 발목을 잡는다.    

  

혼자만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섬’에 살아가면서 가장 감사한 것은 언제나 맞춰져 있는 내가 믿는 그 분과의 대화가 가능한 것과 장거리 수신이 가능한 무전기와 같은 인터넷이 잘 발달된 나라의 ‘섬’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화상 통화 매체를 통해 직접 만나지 않고도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영상 통화를 하며 저 멀리 미국에 계시는 시어머님과도 연락하며 지낼 수 있다.

SNS를 이용해 나의 생각과 일상을 세상에 드러내기도 하고 마음 맞는 이들과 소통하게 되었다.  

   

‘섬’ 같은 이곳에 다행히도 내가 좋아하고 자주 찾는 곳들이 있어 편리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가끔 외롭다고 느껴질 때도 있을 법한데 내가 사는 ‘섬’은 무인도가 아니라 한시도 혼자 남겨질 수 없는 나를 필요로 하는 4명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섬이다.

외롭다고 느끼는 것이 ‘사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365일 아이들 웃음소리, 울음소리로 BGM이 꽉 채워지는 섬에 살고 있다.


날이 어두워지면 항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밤에 ‘섬’ 밖을 나가는 일은 좀처럼 하기 어렵다.

‘섬’을 찾는 이들마저 마음을 크게 먹고 단단히 짐을 챙겨 1박을 하러 와야 하기에 인적이 드문 곳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 찾기 어려운 ‘섬’에 가끔 찾아주는 이들에겐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있다.      

그 ‘섬’ 안에서 복작복작, 투닥거리며 매일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언젠가는 이 ‘섬’을 빠져나가 자유롭게 항해하고 공항까지 가서 하늘을 날아다닐 날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아이들을 ‘섬’에 가둬두게(?) 하려고 해도 각자의 배를 타고 힘차게 노를 저어 나아가겠지? ‘비행기를 타고 떠나려나?‘

지금 조금은 답답하고 외롭다고 느껴지는 ‘섬’ 생활일지라도 일상을 누리며 가끔은 바다 수영도 하며 즐기면서 살아가야지.

먼 훗날 이 ‘섬’에서 살던 때를 회상할 때 다사다난 했지만 행복했다고 고백하며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모두 나처럼 ‘섬’에 갇혀 지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섬’ 생활 가운데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즐거운 일들을 하며 지내고 있다.

‘섬’에 살기에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다.

고립되어 있는 시간들 속에서 뿌리내리며 곧게 자라나는 ‘섬‘ 안의 수많은 나무들 중 한그루의 나무로 성장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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