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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드먼드 마운틴 Jul 04. 2021

음식을 먹으면서 알 수 있는 것들

청정음식만 먹는 저 바다 속에 사는 전복이 부러운 세상이야

<전복을 봐. 딱 정해진 음식만 먹잖아. 이것저것 안 먹고, 미역, 다시마 등의 해조류와, 플랑크톤만 먹어. 생긴 건 요염하지만, 얼마나 심플하니. 인간은 전복에게 음식 먹는 거부터 배워야 해.>     


그날 밤, 전복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눈 이후, 모안과 나는 더 친밀해졌다. 하지만 각자 생활이 바쁘다 보니, 한 달에 한 두 번씩 통화하는 정도였다. 모안과 함께 먹고 싶은 밥이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 나는 쉬는 날이었고, 모안도 오전엔 쉬고, 오후 출근이라기에 만날 수 있었다. 나는 맛집이라고 소문난 식당으로 모안을 안내했다. 이미 나는 이곳에 와서 먹어본 적이 있었다.        

활전복 비빔밥을 주문했다.


모안아, 먹어봐.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일단 전복님이 들어갔잖아.

와, 연산아, 내가 어젯밤에 전복하고 노는 꿈을 꿨거든. 나는 꿈에 엄마가 나타나면 다음 날, 좋은 일이 일어나. 그리고 꿈에 전복이 보이면, 다음 날 전복을 먹더라고. 전복이 아니면 생선이라도 꼭 먹어. 내가 생각해도 신기해. 난 꿈이 대체로 맞아.

그런 사람이 정말 있었네. 내 꿈은 거의 개꿈이거든. 너는 정말 신기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하.       


그런가. 연산아, 난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있어. 다른 형제들하고는 다르게 꿈속에 엄마, 아빠가 엄청 잘 나타나셔. 엄마하고는 주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야. 작년이었어. 엄마가 방에 있는데, 내가 엄마 까끙하면서 들어갔어. 남동생이 옆에 있었고. 다음 날 남동생에게 전화가 왔어. 동생이 진급했다고 말하는 거야. 돌아가신 부모님이 꿈에 보이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하잖아. 나는 꿈을 많이 꾸고, 잘 꾸니까 행복해. 내가 원하는 사람들을 꿈에서 만나니까 너무 행복해. 첫사랑도 만나고, 하늘나라 보낸 남편도 만나고, 깨고 나면 설레고, 야릇해. 연산아, 나는 야한 꿈도 엄청 꾼다. 어떤 꿈인지 궁금하더라도 참아. 호호호. 꿈도 진짜 맛나게 꾸어. 어디 가서 이런 꿈 얘기 잘 못하는데, 지난번도 그렇고, 너에게는 못하는 얘기 없이, 봇물 터지듯이 술술 나오네.       


어쩜 얘기를 해도 이렇게 맛깔스럽게 하는지, 모안을 만나면 정신적으로 활성화 된다. 모안의 꿈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모안에게 창가 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라고 했다. 창가 쪽에 직장인처럼 보이는 남자 둘, 여자 둘이 있었다.

저 사람들이 왜?

이상한 거 안 보여?

뭐가?

분명히 함께 식사를 했을 텐데, 남자들은 다 먹었고, 여자들은 아직도 먹고 있잖아.

아, 그러네.


남자 둘은 식사를 다 마치고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여자 둘은 식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안아, 참 이상하지. 남자들은 왜 저렇게 밥을 빨리 먹을까. 여자들은 얘기도 하면서 밥을 천천히 먹잖아. 그러고 나서 누가 뭐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수저를 내려놔. 그런데 남자들은 안 그래.        

호호호. 맞아. 나도 늘 느꼈던 거야. 나는 절반도 안 먹었는데, 상대방 수저는 벌써 일을 마치고 식탁 위에 놓여있어. 누가 쫒아 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상대방이 밥을 빨리 먹으면 같이 빨리 먹게 되잖아. 식사할 때는 속도도 중요해, 상대가 식사하는 속도에 맞추어야지. 이건 식사 에티켓이야. 특히 연인사이에, 사랑한다 해놓고, 수저도 안 챙겨주고, 대화 없이, 혼자 밥 빨리 먹으면 속상하지.      

이때, 남자 손님 둘이 들어와서 우리 대각선 쪽으로 앉았다. 그 옆에는 여자 손님 세 명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모안에게 말했다.

모안아, 지금 들어온 남자 손님들 있지.

봤어.

내가 장담 하건데, 저 남자 손님들이 그 옆에 먼저 들어와서 식사하는 여자 손님들보다 빨리 먹고 나간다.

호호호.

모안이 살짝 웃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가 주문한 활전복 비빔밥과 반찬이 나왔다.

역시 음식은 동그란 그릇에 담아야 예뻐.

나는 혼잣말을 했다. 채소 위에 전복이 가지런히 얹혀 있었다. 옆에 멍게도 있었다. 나는 모안에게 초고추장을 주고 먹을 만큼만 부으라고 했다. 모안이 초고추장을 적당히 부었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고 밥을 비비려고 할 때, 내가 모안의 손을 잡았다. 나는 모안이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젓가락을 들었다.

모안아, 미안. 비빔밥은 이렇게 젓가락으로 비벼야 으깨지지 않고 잘 비벼져. 밥알이 살아 있게 돼서, 더 맛있어.


그러자 모안이 웃으면서 말했다.

어머, 너 정체가 뭐야? 음식장사 해도 되겠다.      

모안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나보고 음식점 차려서 해보라고 했다. 모안은 밥 한술 먹더니, 맛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연산아, 어렸을 때, 나는 맛있는 거 먹으면서 부모님 생각해본 적 없는데, 부모님은 맛난 음식 있으면 언제나 자식들부터 챙겨주었어. 철없을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살만큼 살고, 어디 맛있는 음식점 있다는 소문 들으면, 부모님 먼저 생각나는 거야. 부모님 모시고 가고픈데, 부모님이 안 계시네. 그게 슬퍼. 연산아, 너는 부모님이 계시잖아. 살아계실 때, 부모님에게 정말 잘 해드려.      


딸 마음은 다 같은가 보다. 내 여동생이 부모님에게 하는 거 보면 나하고는 많이 다르다. 전화통화는 물론이요, 세세한 거까지 다 신경 쓰고 챙긴다. 그래서 엄마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래서 아들도 있고, 딸도 있어야 하는 거야. 아들만 있는 엄마는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아. 딸 없는 엄마는 서러운 거야. 딸 많은 엄마가 옷 입는 것도 세련돼. 아들 많은 엄마는 하녀 스타일이야. 아들은 일 바쁘다는 이유로 오지도 않고, 용돈만 보내. 전화도 무슨 일 있을 때만 하고. 그렇다고 며느리가 딸만 하겠어? 딸애는 매일 같이 전화가 와. 그뿐인가. 딸이 집에 올 때면 알아서 필요한 거 다 사와. 옷도 사주고 주방가구도 다 바꾸어줬어. 병원 데려다 주는 것도 딸이야. 하지 말래도 하고, 오지 말래도 와. 딸은 그래. 집 리모델링도 딸이 다 해줬어. 이 옷, 이번에 딸이 사다 준거야.      

살아계신 부모님에게 효도를 다하라는 모안의 당부에 나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안아, 맛있니?

응. 맛있어. 네 말대로 굉장히 맛있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맛있어, 비빔밥에 전복과 멍게 넣어서 먹는 건 처음이야.


모안아, 나는 전복 볶음밥을 가끔 해먹어.

비빔밥이 아니라, 볶음밥?

응. 일단 파 기름을 내는 것이 중요해. 파 기름을 적당히 낸 다음에, 전복을 손질하고 얇게 썰어서 파 기름에 넣고 살짝 볶아줘. 그러다가 밥을 넣고 진간장과 굴 소스를 적당히 넣고 볶으면 돼. 이렇게 해서 먹으면 신기한 냄새가 난다. 정말 신기하게도 버터향이 나. 버터를 넣지 않았는데도, 버터 맛이 난단 말이지. 그 풍미가 일품이야. 하하. 담백하고 끝내줘. 입맛 없을 때 그렇게 해서 김치나 동치미하고 먹으면 입맛이 살아 돌아와.      

와, 이제 봤더니, 일급 전복주의자가 여기도 있었네. 정말 너와 나는 다음 생에 전복으로 필히 만나야겠다. 호호호.


전복을 좋아하다 보니, 그리 됐어. 이건 내 간식거리이기도 한데, 전복 샐러드도 맛있어. 이렇게 해서도 먹어봐. 상추. 깻잎, 치커리, 양파, 적채, 당근, 파프리카 등의 각종 채소를 먹기 좋게 썰어서 전복과 함께 먹는 거야. 채소는 이렇게 따로 사서 만들지 말고, 이커머스에서 야채믹스만 따로 판매하니까, 얼마나 간편하고 좋은데. 소스가 중요하겠지. 소스는 월남쌈 소스를 사용하면 돼. 주의할 게 있어. 월남쌈 소스는 두 가지인데, 꼭 파인애플 소스로 하고. 여기에 취향에 따라 땅콩소스를 조금 곁들이면 더 맛있어. 나는 그래.       

연산아, 정말 말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나, 샐러드 좋아하는데, 이번 주말에 해먹어야겠다. 전복 멍게 샐러드, 이거 만들어서 팔아도 되겠다.


그렇지? 그런데 모안아, 나는 있잖아, 맛 집이라고 소문난 식당에서 식사 후에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어. 이걸 줄서서 먹는단 말이야. 아주 맛있게 먹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거야. 나만 그런가. 맛 집이라고 기대하고 와 봤더니, 그냥 그래. 특별한 맛이 아닌데, 하면서 실망할 때가 많아. 십중팔구 그래.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런 거야. 이런 식당들의 음식은 아주 맛있거나 아주 독특하거나가 아니야. 그냥 대중적인 맛, 보편적인 맛이야. 그게 맛 집이 아닐까 해.       


그렇구나. 이런 채소비빔밥은 조미료 맛이 안 나고 신선해서 좋아. 맛 집이라고 찾아가 보면 거의 조미료 맛이잖아. 사람들은 그 맛에 익숙해져 있고. 물론 비법이 있어서 정말 줄 서 있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집도 있어.

모안아, 나는 조미료가 계륵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음식 맛을 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어.

이런 거 아닐까. 내가 조리한 음식은 실패할 수 있어도,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음식들은 절대 실패가 없잖아. 맛이 항상 일정하니까. 나는 내가 만든 음식 빼놓고는 다 맛있어.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재료 사다가 예쁜 그릇에 음식을 플레이팅 해서 먹는 것도 좋아해.

맛을 떠나서 내가 만들어 먹는 음식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음식이겠지.     

 

연산아, 그런데 내가 슬픈 건 이런 거야. 음식은 잘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하는데, 요즘에 사람들이 음식 먹는 것을 보면 살기 위해서만 먹는 거 같아. 그게 마음 아파. 정말이지, 강남에서 밥을 먹다 보면,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내키지 않는데도 먹어야 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해. 그리고 회식은 거의 고기집이잖아. 육류소비가 늘어나는 게 안 좋은 현상이라고 하는데, 걱정이다. 청정음식만 먹는 저 바다 속에 사는 전복이 부러운 세상이야.


그렇지? 전복이 부럽다. 우리 인간이 잘 살기 위해서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매번 배 채우는 자기만족을 위해서 먹는다면 얼마나 슬픈 일이니. 배가 부른대도 너무 먹어서 배탈이 나. 배탈이 나면 굶어야 하는데도 먹어. 이것뿐이니. 먹지 말아야할 것까지 넘보잖아. 인간이 못 먹는 게 없어. 개와 고양이도 모자라서 뱀, 지네. 원숭이골, 박쥐 등 이것저적 가리지 않고 먹어. 이게 인간이야. 앞으로 무슨 탈이 나고 전염병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전복을 봐. 딱 정해진 음식만 먹잖아. 이것저것 안 먹고, 미역, 다시마 등의 해조류와, 플랑크톤만 먹어. 생긴 건 요염하지만, 얼마나 심플하니. 인간은 전복에게 음식 먹는 거부터 배워야 해.

맞아. 그러니 전복 내장도 얼마나 영양가 있고 고소해.


그리고 음식도 음식이지만, 밥 먹는 태도도 중요하잖아. 밥을 점잖게 먹으면 사람이 고급스러워 보여. 흘리고, 튀고, 게걸스럽게 먹는 걸 보면, 좀 그렇지. 하루 세끼 식사는 인체가 정해준 약속이야. 즐겁게, 기쁨의 감정을 가지고 여유 있게 적당히 먹는 음식은 맛이 달라져. 그것은 건강과 직결되고.      

연산아, 너 정말 음식 칼럼니스트 같아. 호호호. 얼마 전에 즐겨보는 프로그램인데 재방송이었어. 그 방송이 생각난다. 개그맨과 가수들이 나와서 진행하는 쇼프로인데, 마침 거기서도 출연자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거야. 해산물과 생선 등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상에 올라왔어. 식사가 진행되자 출연자 한명이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이 카메라에 비추어졌고. 손으로 생선을 통째 들어 뜯어 먹고, 쉬지 않고 여기저기 젓가락이 가는 거야. 일부러 연출한 거 같지는 않았어. 다른 출연들과 비교가 되었어.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돌직구를 날렸어. 저렇게 음식 급하게 먹다가 병 걸리지. 다른 사람이 모두 수저를 놓았는데도 그 출연자는 계속해서 음식을 입에 넣는 거야.     


모안과 내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대화하는 사이에, 아까 말했던 일을 발생했다. 늦게 들어온 남자 손님들이 옆에서 식사하는 여자 손님들보다 빨리 나갔다. 그 모습에 모안과 나는 또 한 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모안이 말했다.     

지난 주였지. 모임이 있어서 갔어. 회원 중에 한 사람이, 회비 내고 안 먹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엄청 먹어대는 거야. 식탐이 장난 아닌 거야. 집이 아니잖아. 사람들하고 함께 있는 곳인데, 그 행동을 보고 정이 떨어지더라고, 집이던 밖이던 최후의 만찬이라고 생각하고 우아하게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자신의 뱃속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걱정하게 만드는 모습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 먹을 때는 먹어야 하지만, 때로 무소유의 장, 뱃속의 음식 비우기도, 중요한 행복 중의 하나인 거 같아.  

식사를 마치고, 모안이 차 한 잔 마실 시간은 된다고 해서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모안이 커피를 마시며 애기했다.      


연산아, 우리 엄마 생각난다. 손님이 집에 방문할 때면, 엄마가 반드시 하는 일이 있었어. 수저와 식기를 삶는 거야. 손님이 사용할 수저와 그릇을 깨끗하게 삶고 거기에 음식을 대접해. 손님에게 수저와 그릇은 방금 삶은 것이니 기분 좋게 안심하고 드시라는 말도 남겨. 스스로를 칭찬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손님에게 당신을 정성스럽게 대접한다는 알림인 거지. 엄마는 손님이 올 때가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수저와 식기를 삶아. 위생을 위해서지. 그런 엄마를 보고 자리서 그런지, 나도 그것만큼은 철저해.

모안의 얘기를 들으면서, 모안의 엄마가 지금도 살아계셨으면 모안의 삶이 더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모안아, 영화 색계 봤어?

봤지. 탕웨이 너무 예쁘게 나오잖아. 한국 영화감독이랑 결혼했다지.

맞아. 영화 내용 중에 양조위와 탕웨이가 식당에서 식사하는 장면이 나와. 탕웨이가 식사하다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렇게 얘기해. 여기는 손님이 별로 없네요, 하니까 양조위가 이렇게 대답해. 요리가 너무 형편없기 때문이오. 그럼 왜 이런 곳에 데리고 왔는지 탕웨이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양조위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글쎄.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이렇게 애기 하는 거야. 미안하게 됐어요. 그래도 이곳에선 우리 대화를 아무도 방해할 수 없어요, 라고. 그제야 탕웨이는 양조위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지.

아, 그러니까 당신하고 조용히 얘기하고 싶어 일부러 손님이 없는 식당으로 왔다, 이런 뜻이구나.

그렇지.


연산아, 우리 회사는 남자보다는 여자 직원이 많아. 한 달 전에 남자 직원이 들어왔어. 키도 크고 인상도 좋았어. 옷 입는 스타일도 내 마음에 들었고. 자기 컬러를 가지고 있는 게, 여러모로 괜찮았어. 우연히 이 직원과 함께 식사할 기회가 있었어. 남자는 나에게 옷을 잘 입는다며 이렇게 말하는 거야.

예쁘시네요. 레이첼 맥아담스 닮았어요.

단순히 예쁘다는 말은 울림을 주지 못하는데, 레이첼 맥아담스을 닮았다고 하니까 나쁘지 않은 거야.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해서. 말도 예쁘게 하니까 더 호감이 생겼어. 이후에도 이 남자와 한 번 더 식사를 함께 했어, 문제는 이후 발생했어.

무슨 문제가?

이제 두 번 식사를 하는 자리인데, 10년 산 부부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거야. 무례하고 불쾌하기까지 했어, 음식도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으라고 하더니, 결국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으로 주문하고 말이야.

그 남자에게 많이 실망했구나.

기대한 것이 없으니 실망한건 아닌데, 좀 그렇더라고.      

모안아, 네 말 들으니까 생각난다. 사람들하고 음식 메뉴를 정할 때 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있어.

뭔데?


음식 먹을 때 무엇을 먹느냐가 더 중요한 사람이 있고, 누구와 함께 먹느냐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 있어. 예를 들면 친구들을 만나 메뉴를 정할 때,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꼭 관철하는 친구가 있어. 이건 연인 사이에도 마찬가지야. 네가 먹고 싶은 거 먹어라고 말하면서도 항상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로 결론이 나. 오늘은 삼겹살 어때?, 하면 어제 삼겹살 먹었다며 싫은 표정을 지어. 그럼, 해물 탕은 어때? 하면 그건 좀..이라고 한다. 이래서 결국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야 말아. 반면에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닌, 어떤 사람하고 음식을 먹느냐가 더 중요한 친구가 있어. 이 친구는 자신이 잘 못 먹는 음식이어도,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데 의미를 더 두는 거야. 메뉴에 고집을 안 피우는 거지. 어제 삼겹살을 먹었어도 삼겹살 어때? 하면 그래. 나도 좋아. 그런다.

그래. 나도 그래. 원래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음식선택의 주도권이 있는 사람이 있어. 결국은 그 사람의 의사에 따르는 경우가 많아. 재밌는 거지. 하하하     

연산아 오늘 전복비빔밥은 탁월한 선택이었어. 각종 야채에 전복과 함께 먹으니까 몸이 건강해진 느낌이야. 그 느낌 알지?


그럼 알지. 모안아, 우리 이제 고기도 먹어야겠지만, 채소에 더 욕심을 내자. 지구환경을 생각해서라도.

와우, 그거 좋은 생각이야. 나도 동참할게.

온실가스, 그 중에서 메탄가스 문제가 점점 심각해져서 지구가 난리잖아. 육류소비 증가와 가축 배설물이 메탄가스의 주범이야. 고기를 안 먹을 수는 없지만, 갈수록 고기 섭취량이 늘어나니까. 이게 온난화의 문제가 되고 결국 수온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잖아. 그건 뭐겠어. 전복의 삶에도 치명적이고.

와, 연산이 너를 국회로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호호호.

모안의 웃음에 나는 얘기를 멈추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오늘의 얘기는 여기까지였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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