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죽을 때 많은 것을 남기고 가지 마라.
K는 작년에 시어머니를, 올해는 친정엄마를 떠나보냈다. 시어머니는 집에 혼자 지내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장례를 마치고 남아 있는 가족들이 모여 시어머니가 남긴 짐을 정리했다. 정리는 끝이 없었다. 버리지 못하고, 다음에 쓸 일이 많다고 모아둔 어마어마한 짐들이었다.
자식들이 사다주었다고 아끼느라, 태그(tag)도 떼지 않고 보관해둔 옷이며, 그릇, 생필품 등 창고에 물건이 가득했다. 몇 년씩 묵은 매실 청, 식품도 뒤섞여 있었다.
그렇게 며칠을 정리한 물건들이 몇 톤 트럭에 실려 쓰레기로 나갔다.
K는 그렇게 시어머니를 보내드리고 1년도 채 안 되어 친정엄마 마저 보내드려야 했다. 친정엄마는 검사차 병원에 갔다가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갑자기 돌아가셨다.
6개월 정도 병원에 있으면서,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결국 그 소원을 못 들어 드리고 보내야 했다.
K는 친정엄마 장례를 치루고 집안의 유품을 정리할 때, 작년과는 다른 상황을 맞닥뜨렸다. 형제들끼리 엄마가 살던 작은 아파트를 치우러 갔다.
너무 놀란 것은 살림살이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유품 및 살림 뒤처리가반나절에 정리가 됐다. 짐을 빼는데 거치적거리지 않고 비워냈다.
K는 친정엄마가 얼마나 정갈하고,삶을 단아하게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 친정엄마야말로 간소한 삶을 살다간 분이었다. 죽음의 본질에 충실한 분이었다.
친정 엄마의 물건을 정리하고 나서 K는 생각에 잠겼다. 시어머니와 친정엄마, 두 사람의 생과 사를 옆에서 지켜본 K였다.
두 사람이 남기고 간 물건들이 계속 겹쳐 생각났다. 주인을 잃은 남은 물건들의 의미랄까.
짐이 많지 않고, 깔끔하게 살다간 친정엄마에게는그나마 가슴이 덜 아팠다. 하지만 작년에 너무나 버릴 물건이 많았던 시어머니의 살림살이를 떠올리니 무거움과 허무함이 크게 작용했다.
K는 시어머니가 남기고간 그 많은 물건을 통해 간절한 미련, 절실함마저 느끼게 했다. ‘물건은 물건일 뿐인데...’
K는 생각했다.
‘갑작스런 죽음에 직면하더라도,주변사람들에게 물건으로 인해 마음의 착잡함을 주면 안 돼. 그건 옳은 일이 아니야.’
그렇게 작년 시어머니에 이어 올해 친정엄마를 보내드리면서 K도 언젠가 자신이 맞이할 죽음에 대해 준비를 해야 했다. 죽기 전에 자신의 물건을 최대한 정리하자고 생각했다.
사실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가 그래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짐이었던 육체를 벗어던지고 영원한 자유를 찾아 가야 한다. 영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