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의 신화를 넘어

삼양이 ‘라운드스퀘어’를 택한 이유

by Min

식품을 넘어, 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식품그룹이 사명 변경과 함께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습니다. (2023.07) 새로운 사명은 삼양라운드스퀘어로 기존 식품회사 이미지와는 생경하게 느껴지는 기본 도형의 영문명(라운드, 스퀘어)을 조합하였는데요. '라운드'는 음식문화, '스퀘어'는 과학기술을 상징화하여 이질적인 두 요소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합니다.


로고 또한 이름을 그대로 시각화한 원(라운드)과 사각형(스퀘어)의 교집합 형태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러한 다소 파격적인 변화 가운데 로고는 기존의 오렌지 컬러를 사용하되, 톤만 조정하여 브랜드의 기존 헤리지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samyang_4.png 삼양라운드스퀘어 CI



삼양식품그룹과 삼양그룹


삼양식품그룹이 ‘라운드스퀘어’라는 다소 낯설고 이질적인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배경에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포부도 담겨 있지만, 삼양식품그룹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삼양그룹의 존재로 인한 브랜드 혼동을 탈피하고, 이미지 차별화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양그룹은 식품과 화학 산업에서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삼양식품그룹은 '삼양식품그룹'에서 ‘식품’만을 떼어내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나아가 ‘식품’을 뗌과 동시에 동일한 이름을 피하고 차별화를 위한 장치로서 라운드스퀘어라는 네이밍을 고안해 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samyang_2.png 삼양그룹과 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보다 ‘라운드스퀘어’


다만 그러한 장치로서 고안한 ‘라운드스퀘어’라는 사명은 아직 대중에게 낯설게 느껴집니다. 원과 사각형이라는 기초적인 기하학적 형태는 그 자체로 포괄적이고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 기초적인 형태로 인해 특정한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하기는 어려워집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구체적 가치와의 연결성이 약화되어 소비자는 로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즉각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각적인 사업 확장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으나, 동시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인식시키는 데에는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모호함은 향후 브랜드가 실제로 만들어내는 성과와 경험을 통해 증명될 차례라고 보입니다.



samyang_3.png 삼양라운드스퀘어 CI 의미 ©삼양라운드스퀘어



새로운 로고는 해외 브랜딩 에이전시 펜타그램과 협업을 통하여 진행하였습니다. 로고의 형태적인 변화를 보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삼양’을 표현한 3갈래의 가지와 나무 형상을 버리고, ‘라운드스퀘어’, 원과 사각형을 표현하여 기존 삼양이 쌓아온 역사보다는 새로운 미래와 가치에 대한 표현에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삼양식품이 쌓아온 디자인 자산과 이미지에 대한 단절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는 ‘라운드스퀘어’를 통해 브랜드가 미래 지향성을 드러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감수한 단절이라 생각합니다.


samyang_1.png 삼양라운드스퀘어의 CI 변화



삼양(三養)의 삼은 ‘천, 지, 인’을 의미하고 이를 기른다는 의미의 ‘양(養)’을 붙여, 하늘과 땅, 사람에게 영양을 공급해 성장을 돕는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삼양그룹 또한 동일한 한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새로운 로고는 이름이 지닌 의미를 표현하기보다 미래의 비전에 초점을 두고 제작되었다는 점은 인상적입니다.


08_AH_Samyang_1.jpg 삼양라운드스퀘어 브랜드 가이드 ©펜타그램


삼양라운드스퀘어를 보면 이와 유사하게 기하학적인 로고로 변화를 꾀한 한솥 도시락의 리브랜딩 사례가 떠오릅니다. 기존의 한솥이 가지고 있던 형태감, 컬러를 버리고 만들어진 로고는 당시 이슈였으나 현재에도 '한솥'이라는 브랜드 정체성과 로고의 형태, 컬러 등이 전달하는 괴리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브랜드 정체성, 전략, 비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로고는 높은 설득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samyang_5.png 한솥 로고 리뉴얼 (스톡홀름디자인랩)



리브랜딩 그 후


다소 긴 사명과 함께 새로운 로고는 분명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의지를 잘 보여줍니다. 쉽게 바꾸기 어려운 사명과 로고의 변화는 단순히 트렌드나 스타일로 인한 리뉴얼이 아닌, 그 기저의 브랜드 전략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기존에 쌓아온 헤리티지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이번 변화는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놓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TVC에서 보여주는 광활한 우주를 향한 포부를 넘어, 이제는 그 이름이 말한 ‘미래’가 실질적인 가치와 경험을 통해 증명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samyang_tvc.png 삼양라운드스퀘어 TVC




참고 자료 및 이미지 출처

https://roundsquare.ai/group/ci

https://www.pentagram.com/work/samyang/story

https://www.stockholmdesignlab.se/work/hans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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