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왜 ‘이니셜’을 선택했을까?

영어 사명에 감춰진 브랜드 전략

by Min

이니셜로 바뀌고 있는 기업 사명


최근 건설사를 비롯한 기업 그룹사들이 영어 이니셜로 사명을 변경하는 경우를 눈에 띄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림그룹은 DL, 현대중공업그룹은 HD, 한라그룹은 HL 등 하나같이 한글(한자) 이름을 영어 이니셜로 변경을 하고 있습니다. 영어 이니셜 사명은 전통적인 기업들에서부터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LG(Lucky Goldstar), SK(Sun Kyung), CJ(Cheil Jedang), KT(Korea Telecom) 등 이미 오랜 기간 이러한 형태의 네이밍은 지속적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최근 그 변화의 바람이 다시 불고 있습니다.


initial_1.png 이니셜 사명 변화의 바람



그런데 왜 영어 이니셜일까?


기업은 성장과 함께 사업을 다각화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새롭게 네이밍하고 브랜드를 다시 통합해 하나의 목소리를 전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발음이 어려울 수 있는 한국어 대신 영어 발음을 사용한다는 점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에게 있어서는 장점이 될 것입니다. 영어 이니셜은 각 알파벳을 포함한 단어를 통해 다양한 의미를 추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GS는 'Good Service, Good Satisfaction, Global Standard' 등 다양한 의미로 활용하여 네이밍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전달합니다. 또한, 최근 LG는 Life's Good 브랜드 슬로건을 활용하여 대대적인 브랜드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maxresdefault.jpg LG Life's Good 브랜드 캠페인 @LG



고급스러운 영어 그렇지 못한 한글?


시대성을 반영하여 이름을 변경하는 점도 있는 한편, 영어 네이밍이 가진 ‘고급스럽다’는 이미지 자체 때문에 변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 한글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그 우수성을 알고 있지만, 한글보다 영어가 더 고급스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우리는 이미 자라면서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모국어가 아닌 영어가 주는 느낌과 이미지에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대부분의 새로운 문화와 제품은 해외에서 유입되어 영어로 지어진 이름이 그 자체로 새로움과 기존과 다른 차별된 이미지를 내포한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영어는 한국 사회에서 ‘상징 자본(symbolic capital)’, 즉 영어가 단순한 언어 능력을 넘어 사회적 위신, 신분 문화적 우위의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이에 더해 영어 사용 자체가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부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결국 영어 브랜드 선호 현상은 소비자들이 ‘영어=고급, 세련됨, 지적 우월성, 국제적 감각’이라는 인식에 기반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 아파트 브랜드 네이밍 전반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자이,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등 유수의 건설 브랜드를 시작으로, 이제는 영어 브랜드가 아닌 아파트 브랜드를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영어가 주는 '세련됨, 고급'이라는 이미지와 아파트라는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매개체는 강력하게 결합하였고, 아파트 이름은 곧 아파트 이미지가 되어 집값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영어 브랜드가 붙은 아파트는 같은 지역 내에서도 한글 브랜드나 브랜드가 없는 아파트보다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 한글보다 영어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영어 브랜드 선호 현상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initial_3.png 영문과 한글 아파트 브랜드



한글 이름, 그 자체가 정체성이다


반면 한글(한자)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에는 삼성과 현대, 한화, 신세계, 두산 등이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발음의 다양성으로 혼동되는 경우도 발생하기는 하나, 고유의 한글 이름은 한국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주기도 합니다. 한글을 사용하는 만큼 이를 영문 표기했을 때는 다소 긴 글자(SAMSUNG, SHINSEGAE 등)가 된다는 점이 시각적인 이미지로서의 시인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적인 브랜드 활동을 통해 영어가 주는 이미지와는 다른 고유한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기도 합니다. 결국 한글로 된 이름도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을 통해 충분히 강력하고 독창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initial_3.png 한국 기업의 다양한 형태의 로고



영어 네이밍보다 중요한 것


영어 브랜드명을 비롯하여 영어는 이제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습니다. 무분별한 영어 사용은 지양해야겠지만 한글과 달리 영어가 전달하는 느낌과 이미지는 분명 다르게 작용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영어 사용이 아닌 자신의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와 이미지, 환경과 맥락을 얼마나 깊이 있게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는 브랜드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그 속에 담긴 철학과 진정성, 그리고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설득력 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https://koreajoongangdaily.joins.com/2022/04/09/business/industry/apartment-korea/20220409070007112.html

https://live.lge.co.kr/2308-lg-brand-rein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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