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증권 리브랜딩, 브랜드 전략의 변곡점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MTS 시장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합니다. 과거에는 증권사 앱을 선택하는 기준이 대부분 수수료 이벤트에 기반했습니다. 특히 키움증권의 영웅문은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며 대표적인 선택지로 자리잡고 있었죠. 하지만 모바일 환경이 급격히 발달하며 많은 사용자가 MTS(Mobile Trading System)를 주 사용 채널로 전환했고, 사용자들은 수수료뿐 아니라 앱의 직관성과 사용성, 브랜드 이미지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각 증권사는 다양한 수수료 혜택 외에도 사용자 경험 개선, 비대면 서비스 강화, 맞춤형 콘텐츠 제공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중 나무증권은 NH투자증권이 국내 최초로 런칭한 모바일 증권 서비스 브랜드로, NH투자증권의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모회사와는 완전히 다른 결을 가진 브랜딩 전략으로 눈길을 끕니다. NH투자증권은 나무 외에도 전문 투자자를 위한 'QV(큐브)' MTS를 통해 자산관리 및 투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브랜드 네이밍과 아이덴티티만 보아도 명확히 분리된 전략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무증권은 NH투자증권이라는 후광보다는 ‘나무’라는 별도 브랜드 네이밍을 통해 젊고 유연한 이미지 구축을 택했습니다. 농협의 보수적이고 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비대면, 디지털 중심의 새로운 증권 서비스를 만들어가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이는 브랜드 하이어라키에서 ‘패밀리 브랜드’가 아닌 '개별 브랜드' 전략으로, ‘비대면 중심의 젊은 증권 서비스’로서 새롭게 포지셔닝하기 위한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합니다.
(namuh를 거꾸로 하면 human(인간)으로 네이밍에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담았다고 합니다.)
주요 증권사들은 MTS 앱에 ‘M’을 붙이며 모바일 특화 서비스를 강조합니다. 그 예로, M-able(KB), M-pop(삼성), M-stock(미래에셋)가 있습니다. 반면, 키움의 '영웅문', 대신의 '크레온'처럼 별도의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투자, 신한SOL, 토스증권, 카카오페이증권처럼 자사 브랜드와 통합된 전략도 존재합니다. 모바일 사용이 주류가 된 지금, 여전히 ‘M’을 강조하는 네이밍은 시대성과 감성적 접점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에 비해 ‘나무’는 자연, 성장을 연상시키는 감성적 키워드로서, ‘NH’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업계와 차별화를 둡니다.
2022년 나무증권은 ‘일상의 Shift’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리브랜딩을 단행했습니다. 네이밍부터 기존 '모바일증권 나무'에서 '모바일'을 버리고 '나무증권'으로 본격적인 브랜딩을 전개합니다. 리브랜딩은 디자인 에이전시 엘레멘트 컴퍼니(LMNT Company)와 함께, 로고, 컬러, 일러스트 등 전면적인 비주얼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소문자 n, 문을 열다
기존 로고는 삼각형 기반의 추상적 형태로, 나무를 상징하며 숲을 이룬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새 로고는 소문자 ‘n’을 입체적이고 기하학적으로 표현하여 ‘문’을 연상시키며, 브랜드가 말하는 ‘변화의 입구’로서의 메타포를 표현했습니다. 2D 스타일이지만 입체감을 살린 점에서 시각적으로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청록에서 연두로: 브랜드 컬러의 전환
이전에는 청록 기반의 컬러 팔레트를 사용했다면, 리브랜딩 이후에는 비비드한 라이트그린과 딥그린을 활용해 ‘생기’, ‘성장’의 감정을 전달합니다. 이는 ‘나무’라는 이름과 ‘일상의 변화’라는 메시지를 컬러로도 체화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일부 사용자는 눈에 띄는 컬러에 불편함을 표하기도 했지만, 이는 나무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축하는 데 있어 기존 금융사들과 차별화된 컬러 전략이었다고 봅니다. 또한, 비비드한 컬러를 통해 온라인 환경에 적합한 컬러 톤으로 선택한 것 같습니다.
3D 트렌드를 거부한 2D 일러스트
3D 그래픽이 금융사의 트렌드였던 당시, 나무는 과감히 2D 일러스트를 선택했습니다. 단순한 형태가 아닌 스토리를 담은 일러스트를 활용해 시각적 매력을 살리고, 브랜드만의 스타일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택은 감성적 접근이 중요한 사용자에게 효과적인 설득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2022년 말, 나무증권은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증권사라는 무거운 이미지의 브랜드가 백화점에 나타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었으며, 10일간 진행된 나무증권 팝업스토어는 2만명에 이르는 방문객을 기록했으며, 신규 계좌 개설 9천건, 투자지원 프로그램 참여 약 4천명, 온라인 바이럴 116만 건 등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현장에는 투자 성향을 시각적으로 매핑할 수 있는 공간, 종목 정보를 활용한 보드게임 체험, 재테크 성향에 맞춘 콘텐츠 큐레이션 체험 등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는 브랜드 슬로건 ‘일상의 Shift’를 오프라인에서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시도였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현대카드의 '라이브러리'처럼 브랜드를 일상 공간에 녹여내는 체험형 브랜딩과 유사한 접근이었으며, 증권 브랜드 최초의 시도로 의의가 있습니다.
브랜드 경험이 바뀌었더라도 사용자 경험이 동반되지 않으면 고객은 쉽게 이탈합니다. 실제로 리브랜딩 당시 앱 UI는 큰 변화 없이 로고와 컬러 중심의 리뉴얼에 머물렀습니다. 이후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산재한 콘텐츠 구조, 불필요한 기능, UI 동선 문제 등 기본적인 UX 개선이 더 시급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AI 기반 차트나 이슈 요약기능 등이 추가되었으나, 트렌디한 기능만큼 기본기 탄탄한 사용자 경험이 브랜드 충성도에 더욱 직결됨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브랜드 메시지를 더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앱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일상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는 인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한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처럼 금융지주의 브랜딩 유산을 계승한 브랜드들이 있는 반면, 나무는 농협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쌓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농협의 이미지가 가지는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젊고 트렌디한 브랜드’라는 방향성을 전략적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입니다.
브랜딩은 겉모습만 바꾸는 작업이 아닙니다. 사용자의 일상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 변화에 스며드는 과정입니다. 나무증권은 지금 그 여정의 중간 어딘가에 있으며, ‘나무답게’ 자라려면, 이제 브랜드 경험과 사용자 경험을 끊김 없이 연결하는 정교한 성장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https://blog.opensurvey.co.kr/article/ux-finance-app-3/
https://heypop.kr/cabinet/94118/
https://www.instagram.com/lmnt.crea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