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덕질이 뭔데

덕질의 시작과 끝

by 민이

덕질. 때로는 생물이고 때로는 무생물이며,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으며, 타인의 손에서 탄생하기도 나의 손에서 만들어지기도 하는 한 대상을 사랑하는 일. 다양한 삶이 있듯 많은 취향이 있고 덕질의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여러 곳을 좋아했던 나로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우선 이번의 주체는 가장 오래 좋아했고 정말 많은 마음을 쏟았던 사람이다.


어떻게 생판 모르는 남을 좋아할 수 있을까. 어쩌면 저 사람은 나를 평생 모를 텐데 그래도 이렇게나 좋을까. 일단 내가 그러고 있다. 마땅한 이유를 찾으라면 없고, 첫 시작을 꼽자면 그것도 애매하다. 그냥 어느 순간 나의 삶에 들어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덕질이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좋아할 생각이 없었다. 정해놓고 하는 사랑이 어딨겠냐마는 진짜 정말로 없었다. 갑자기 와서 부딪혔다. 어느 날은 SNS가 데려와 주고, 어떤 때는 유튜브가, 가끔은 내가 가기도 했다. 그 시기는 알 수 없고 심지어는 상대를 예측할 수도 없다. 난 항상 그랬다. 내가 누굴 좋아할지는 어떻게 아는 건지, 취향이란 게 있긴 한 건지. 나의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언제나 갑작스러웠고 동시에 나의 인생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이렇게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까? 물론 덕질이라는 용어에는 어떠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그러나 이 활동은 무겁지 않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좋아요나 하트 한 번 누르는 것도 덕질이다. 직접 찾아보는 것도 덕질이고 자연스레 알고리즘에 뜨기 시작한다면 그야 덕질 중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팬 계정을 운영하거나 팬미팅에 참여하는 것도 당연히 덕질이다. 폭은 넓고 깊이도 다양하다.


이것저것 많이도 해봤지만 결국 끝은 있다. 며칠, 몇 달, 심지어는 몇 년 동안 좋아했어도 어느 순간 좋아하지 않게 되는 날이 찾아온다. 그러나 잠깐 좋아하고 말면 그게 덕질인가, 결국 관심 없어진 거면 덕질이 아닌 거냐는 의문은 불필요하다. 결국은 순간이 중요하다. 그래서 난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절을 아낀다.


좋아할 수 있을 때 좋아하자는 게 나의 생각이자 다짐이다. 이 넓은 세상 속에서 만난 것도 우연이고 어쩌면 필연인데, 그 많은 감정 중 사랑을 느꼈다는 것도 신기하고 재밌는데, 마침 나에게 시간이 있다는 것도 드물어서 중요한데, 그러니 지금을 놓치지 말고 열심히 사랑하자. 나에게 덕질은 이런 존재다. 당신에게도 이런 존재가 있을 수 있고,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즐겁지 않은가.


결국은 감정을 쓰는 일, 정말 많이도 웃었고 때로는 울었다. 매일 즐거울 수 없듯이 덕질도 매번 행복할 수는 없다. 그래도 좋다. 기쁜 날이 슬픈 날보다 더 많으니까. 덕분에라는 말을 때문이라는 말보다 더 많이 썼으니까. 오래도록 좋아하던 나를 잃어버렸을 때 속상해서 그만두고 싶기도 했지만 지금 내 모습을 보자면 아마 평생 덕질할 것이다. 계속 좋아하고 또 좋아하고 더 좋아할 것이다. 그래서 적는다.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혹은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이런 마음을 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