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자리를 차지하고

지워지지 않을 자국을 남기고

by 민이

덕질의 기간이 일 년을 넘어가면서 점차 내 인생에 스며들어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실질적으로도 매일 항상 곁에 있고, 그 시간으로도 결코 지울 수 없을 만큼의 기간이 쌓였다. 단언컨대 덕질의 기억은, 그리고 덕질 그 자체의 존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억은 잊히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덕질은 매 순간이 사라지는 기억과의 싸움이다. 물론 사라지는 기억보다 새로 얻는 기억이 훨씬 많기 때문에 보통은 내가 이긴다. 오히려 그 많은 정보에서 몇 가지를 추려 기억하기도 버겁고, 모든 추억을 간직하려 애쓰기도 한다. 기억을 붙잡고 또 새로이 찾아내는 과정 속에서 내 인생에 흔적을 남긴다. 무겁지는 않아도 같은 자리를 계속 지나치며 결국은 지워지지 않고 남게 된다.


또한 기록은 영원할 거라는 말이 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그 연결점만 까먹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다. 기록하여 기억할 수 있다. 덕질을 하며 기록을 남기기란 매우 쉬워서 쉽게 잊히지 않을 하나의 동아줄을 만드는 셈이다. 내가 찾고자 하면 언제 무엇이 되었든 찾을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보고 싶지 않다면 단면에 모든 걸 끊을 수 있기도 하지만, 보통은 다시 볼 수 있음에 감사하는 편이다.


기록도 했고 기억도 했다. 덕질이 남긴 여러 흔적들을 기록해 두었고, 아직까지는 그 뿌리들을 기억하고 있다. 처음 좋아했던 대상은 하나뿐이라 잃을 수 없고, 과거에 좋아했던 것들은 여전히 눈에 밟힌다. 지금 좋아하는 건 당연하게도 잊을 수 없고,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계속 좋아할 것임을 알고 있다. 저마다의 이유로 인생에 자리를 잡았다.


주기적으로 내가 덕질한 기억을 되새겨본다. 그로 인해 나의 취향을 알고, 그 속에 담긴 인생을 알게 된다. 그 시기에 좋아했던 것들을 보면 그 시절의 내가 생각이 난다. 여전히 똑같은 부분에서 즐거워하는 나를 보며 사람은 바뀌지 않음을 실감하고, 때로는 같은 부분에서 다른 점을 찾아내며 지나간 시간들을 깨닫게 된다. 완전히 바뀐 덕질에서는 추억을 찾을 수 있고, 아직 지속 중인 덕질에서는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덕질이라고 좋은 점만 있지는 않았지만 일단 기록은 좋을 일을 많이 해두었고, 기억도 많이 하려고 한다. 인생에서는 싫은 일이 더 긴 시간 동안 강하게 남는 경향이 있으니, 덕질에서는 더 반대로 행동하려고 한다. 오로지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덕질은 좋아서 하는 만큼, 좋은 것만 가져가고 싶다. 나의 인생에서 지워지지 않을 거라면, 적어도 보기 좋은 흔적을 남기고 가주었으면 한다.


내 인생에 자리를 차지하고, 지워지지 않을 자국을 남겼다. 나는 흔쾌히 자리를 내주었고, 자국을 내버려두었다. 정말 언젠가는 잊히게 될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당분간은 아니었으면 한다. 가져가고 싶은 덕질이 많다. 내 인생에 그대로 두고 싶다. 덕질을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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