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복의 로망

내가 겪게 될 순간을 기대하며

by 민이

나는 같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두 학교는 거리가 매우 가까워 서로를 볼 수 있었다. 중학생이 되며 처음 맞추는 교복에 설레던 일도 잠시, 학교 생활 중 마주하는 고등학교 교복은 금세 나의 로망이 되었다.


중학교 교복은 주름치마였다. 교복의 익숙한 체크무늬와 넥타이는 정석적인 교복의 느낌과 함께 만화에서 나올 것만 같은 모습을 보였다. 반면 고등학교 교복은 더 낮은 채도와 단정한 실루엣, 그리고 주름치마가 아닌 H라인의 치마였기에 누가 봐도 고등학교 교복이었다. 한창 교복의 기장을 줄이고, 몇몇은 주름초자 펴 벼리는 그런 시기에 교복 수선은 생각조차 안 하던 나였지만, 그럼에도 고등학교 교복은 기대를 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중학교를 다니는 내내 마주하는 고등학생의 교복은 몇 안 되는 중등 졸업을 향한 열망이었고, 별일이 없는 한 반드시 이뤄질 꿈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루어졌다. 또다시 교복을 맞추고, 수선은 하지 않고, 그렇게 3년을 다녔다. 교복을 바르게 입는 학생이 드문 곳에서 나는 매번 챙겨 입었다. 재킷까지 걸치진 않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철저히 지켰다. 12년 개근 동안 지각 한 번 하지 않은 나의 성격은 교복에서도 드러났다.


다만 3학년 2학기때는 종일 체육복 차림이었다. 오히려 한창 공부를 했어야 할 시기보다 전부 끝난 때가 더 힘들었던 듯하다. 수시는 끝이 났고 정시는 시작도 안 한 때,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그저 결과를 기다리기만 해야 할 때. 좋은 결과를 당연하게 바랐지만 당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나는 그 시기가 제일 불안했다. 매번 잘 챙겨 입던 교복을 포기하던 순간이었다.


반듯이 입던 교복을 벗어던지며 분명 더 편하고 홀가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꾸준히 지켜오던 것, 나를 지탱해 주는 무언가를 놓친 듯했다. 나는 바른 사람처럼 보이길 원했고, 바른 사람처럼 보였다. 교복을 단정히 입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비록 2학기에 들어서며 이제는 교복 검사도 하지 않고, 더 후에는 어느새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되는 시기 었으나 여전히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손을 놓는 기분이 이렇구나를 그때 느꼈다.


글에서도 느껴지지만 고등학교 교복의 로망도 결국은 잠시였다. 금세 익숙해졌고, 평범해졌다. 다만 중학생 때 품었던 선망을 기억하고, 처음 입은 날의 설렘을 알고 있다. 그리고 바지만 한창 입는 지금은 또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어떻게 종일 치마만 입었지 싶고, 지금 다시 입으라면 못할 것 같다. 동시에 오랜만에 입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이제는 나름의 동경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정확히 그 옷을 바라는 것인지, 혹은 그 시기를 말하는 것인지는 헷갈릴 뿐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