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년, 우리 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나름 대학을 잘 간다는 사실이 더해진 학교를 다녔으나, 일 학년 때부터 너희는 유독 공부를 안 한다는 말을 들었다. 공부 좀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매년 하는 말일 수도 있었겠지만, 확실한 건 공부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반 평균이 낮다는 말을 넘어, 이번 학년이 예상 평균 점수에 미치지 못했다는 말은 공부에 대한 신빙성을 높여주었다. 공부를 안 한다는 그 말에 대한 근거였다. 학교 내신 점수가 낮은데, 모의고사 점수야 높을 리가 없었고, 이에 대해서도 잦은 걱정과 한탄을 들었다. 말은 이렇게 해도 내신은 상대 평가였고, 수능은 멀어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항상 있었다. 다만 적었을 뿐이다. 모두가 아는 전교권의 아이들은 매일 문제집을 들고 살았으나, 반의 분위기를 잡기에는 그 수가 적었고, 무엇보다 본인들도 그러기를 원하지 않았다. 놀 때는 놀았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중요하게 여기는 학생들이었다. 매체에서 그려지는 예민하고 날카로운 그런 전교 일등이 아닌,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며 공부도 친구도 놓지 않는 그런 삶은 부러워할 수도 없었기에 그저 신기하게 바라만 봤다.
대부분이 놀고, 몇몇이 공부하던 우리는 삼 학년이 되어서도 비슷했다. 삼 년 내내 공부는 안 하냐는 말을 들었고, 하지 않던 우리였다. 그나마 수능 준비를 위해 자습실을 향한 사람의 수가 늘기는 했다. 물론 여전히 교실을 지키는 이들이 더 많았고,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공부를 안 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노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조용했다. 종일 교실에서 책을 읽고, 종종 도서관을 왕래하던 나의 시점이기에 그랬을 수도 있지만 딱히 시끄럽지는 않았다. 그래서 불만은 없었다. 나의 성적도 대충의 평균이었기에 만족했다. 입시의 경쟁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아시는 분들은 염려의 눈빛을 보내셨지만, 입시의 목표도 없었던 나는 그저 평소와 같이 살아갈 뿐이었다.
공부를 안 하는 학생이었던 나는, 이럴 거면 놀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뒤에 덧붙였지만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공부를 하기에는 흥미가 없었고, 노는 일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냥 관전자의 입장에서 주변을 바라보기를 선택했고, 이를 좋아했다. 이제는 흐릿해져 가는 학교의 풍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나 혼자 뿐인 조용한 교실이다. 때로는 아침이었고, 대부분은 점심시간이었던 그 순간이 가장 익숙하고 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