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배정의 날

기대감 혹은 궁금증

by 민이

초등학교를 들어가며 접하게 되는 반배정은 학창 시절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가 된다. 일 년의 시간, 같은 학년을 같은 반에서 보낸다는 것은 친구가 되기에 가장 적합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친한 사람과 같은 반이 되게 해달라고 빌고, 피하고 싶은 사람과는 떨어지게 해달라고 바라면서도, 막상 반이 배정되고 나면 옛 친구든 새 친구든 잘 지낸다.


고등학교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신입생은 주거지 근처의 학교에 배정이 되면서도, 중학교 내신이 반영이 되었기에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혹은 자신의 장래희망에 맞는 학교를 찾아가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헤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인연을 만날 가능성도 생긴다는 것이다. 각자의 중학교에서 모인 이들은 서로의 출신지를 궁금해야며, 또 반가워하고, 신기해하며 말문을 튼다.


다음 학년부터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반이 나뉜다. 선택 과목에 따라 용이하도록 나눠지는 반이기에, 종종 같은 반이 되고자 서로 선택과목을 맞추는 이들도 있었다. 문이과가 통합이 되었다고는 하나, 사실상 선택과목으로 유추가 가능하기도 했다. 또한 연계되는 과목이 많기 때문에, 다음 해에도 비슷한 반 구성원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살면서 반배정에 열의를 표한 적은 없었다. 어릴 적 다녔던 작은 학교는 반이 나뉠 일이 없었고, 그 이후로는 사람에 관심이 없었다. 같은 반이 되고 싶은 사람도, 되기 싫은 사람도 없었으니 관심을 가질 리 만무했다. 이건 고등학교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학번의 숫자는 좋아했다. 열 자가 되지 않는 숫자로 나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우연한 숫자의 나열이 일정의 규칙을 보이는 게 좋았다. 같은 숫자의 반복이 좋았고, 규칙적인 증가의 순서가 좋았다. 해마다 나에게 주어지는 무작위의 숫자들은 한 해 동안 나의 또 다른 이름이 되어 눈에 익을만치 함께 하게 된다. 사실 반의 개수가 많지 않고, 이름순으로 정해지는 순번은 매년 나에게 비슷한 학번을 부여하기는 했지만, 그 일정의 폭 속에서 변하는 숫자들에도 즐거워했다.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일정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점에서 반배정은 중요했다. 그리고 일정의 규칙을 통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섞이는 것을 염두하여 배정하는 것인지 매번 비슷한 느낌이었다. 각자의 성격을 가진 수십 명의 학생들은 반 안에서 또 다른 무리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의식하고 하는 행동이 아닌,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들이 보였다. 그래서 신기했다. 친한 친구와 다른 반이 된 것에 슬퍼하면서도, 이전에 알고 지냈던 인연을 찾아가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반배정에 대해 좋았던 적도, 싫었던 적도 없지만, 새 학기의 기대감에는 한몫을 하기에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 앉아서 어떤 학생들이 이 자리를 채우게 될까 생각해 보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