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축제는 즐길 수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by 민이

매 년 학교에서는 축제를 열었고, 그동안 나는 도서관에 있었다. 동아리 부스 체험이 주가 되는 축제에서 돌아다니는 것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피곤해하던 나는 조용하고 한적한 자리를 찾아 숨어있기 바빴다. 이건 체육대회 때도, 또 다른 행사의 달에도 다르지 않았다.


고등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축제날에는 어쩐지 다른 마음을 가졌다. 이미 해는 바뀌어서 세는 나이 한 살을 더 먹고, 대학 발표의 소식을 뒤로하는 때에 더 이상은 숨어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이기에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돌아다니면서 할 수 있는 부스들을 찾아다녔다. 여전히 사람이 많은 곳은 부담스러워서 비교적 조용한 곳 위주로 체험했다. 그중엔 항상 공간만을 빌렸던 도서관도 있었고, 좋아하던 과목의 선생님이 맡으신 동아리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즐거웠다. 항상 지나치던 공간에 내가 들어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이 있었고, 체험의 결과가 내 손에 있다는 것과 나의 기억에 남는다는 행복이 있었다.


고등학교 삼 학년의 신분, 그리고 스무 살의 나이로 즐긴 마지막 학교 축제는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이때의 마음,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은 앞으로 있을 삶에도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줬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대부분 할 수 있을 테니 무엇이든 해보고 싶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별일 아닌 것들이다. 사람이 가득 찬 곳에 자리 잡은 것도 아니고,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주로 하는 체험을 한 것도 아니다. 조용하게 자리만 잡고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마음에 들었다. 어찌 되었든 과거보다 나아갔기 때문이다. 이 작은 발걸음들을 좋아한다. 시작을 했다는 것이 좋고, 앞을 향한다는 것이 좋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마지막이 확실할 순간들은 몇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지막이라는 핑계를 하는 것도 이제는 끝내야 한다. 계속해서 있을 순간들, 어쩌면 기회들을 놓치지 말고 이루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모든 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후회 없는 날들을 그려가기를 원한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