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에 쓰는 금액은 얼마?
덕질도 하나의 산업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돈이 많이 들 이유가 없다.
사실 돈을 쓰지 않고서도 당연히 좋아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란 게 좋아하다 보면 돈을 쓰고 싶어진다. 단순히 응원의 목적에서도 돈을 쓸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구매의 의지가 더 깊다.
굿즈라고 불리는 상품들은 정말 가지고 싶게 나온다. 그도 그럴게 좋아하는 대상이 그대로 담겼는데, 싫을 수야 있겠는가.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잘 나오지는 않았더라도 콩깍지가 씐 이상 판단은 불가능하다. 혹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집욕구는 또 별개인 모양이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덕질을 시작했고, 아주 어렸을 적에는 용돈을 받지 않았다. 그렇다고 경제활동을 한 것도 아니니, 나의 덕질 인생은 거진 부모님과 함께했다고 볼 수 있다. 평소 가지고 싶은 게 없는 편이라서, 굿즈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면 거의 허락해 주셨다. 나를 대신하여 구매해 주신 것이다. 물론 모든 굿즈를 다 사주실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 또한 그 정도의 분별력은 다행히도 있었기에 구매하는 품목은 꽤 한정적이었다.
우선 확률이 포함된 굿즈는 사지 않았다. 랜덤인데 그중 하나만 가지고 싶다면, 그 확률이 절대 높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여 사지 않았다. 확률은 결국 많이 살 수록 높아지는 것인데, 같은 물품을 두 개 이상 산다는 건 주변에게 이해받을 수 없는 행동이었기에 더 그랬다. 다만 이런 방식은 여전히 자주 쓰인다. 말 그대로 많이 팔 수 있기에 그렇다. 간절함을 이용하는 것이다.
평소 문구류를 좋아했기에 주로 구매하는 쪽도 문구였다. 공책, 연필, 스티커 따위의 꽤 가볍고 저렴한 물품들. 물론 다른 문구들과 비교하기에는 덕질에도 이름값이 존재하는지라 가격이 높았다. 낮게 측정하면 덕질 대상의 값이 낮아진다는 뜻이라 팬으로서는 이해가 됐지만, 역시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것이다. 다만 아쉬워해봤자 나는 소비자라기보단 팬이었고, 소비자이자 팬인 경우에도 팬의 비중이 더 커서 별 다른 쓴소리를 뱉지는 않았다.
몇 년간 조금씩 모은 굿즈들을 계산해 봐도 몇십은 될 것이다. 적어도 10년은 덕질했고, 매년 구매하는 것들이 있었으니 10만은 넘지 않을까 하는 추론이다. 정확히 계산해 본 적은 없고, 딱히 할 생각도 없다. 애초에 그 어릴 적 구매한 것들은 저 어딘가로 사라져서 할 수도 없다. 나의 굵직한 두 번째 덕질 시작 즈음에는 기록에 혈안이 되어 적어두기는 했다. 요즘도 적고는 있다만, 한 손에 잡힐 정도의 소비들이라 자꾸 잊는다. 나의 구매 내역이 둘셋 즈음 모이면 다시 적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