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소음 찾기

심심한 게 싫은 사람

by 민이

나의 덕질은 영상 매체와 함께 시작했다. 동영상 속 움직임과 소리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지금까지도 그런 영상은 나의 주된 덕질 대상이다.


한창 열심일 때, 덕질 속 사랑이 열렬할 때는 영상 하나도 몇 번을 돌려봤다. 한 번 볼 때 집중함은 물론이고 장면 하나하나를 기억하려고 애썼다. 다만 이런 순간을 지나고 나면 영상 시청은 대체로 느슨해졌다. 하나의 온전한 콘텐츠라기보다는 삶의 테마곡이 된 느낌이었다.


BGM, 브금, 혹은 배경음악이라 불리는 그런 위치에 나의 덕질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영상은 웬만해선 계속 존재했기에 어느 때나 틀어놓을 수 있었고, 새로운 영상도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그 속에서 찾은 익숙함은 매일을 같이 보내기 충분하게 만들기도 했다.


소리에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니라면 항시 영상을 틀어놓는다. 게임, 노래, 브이로그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좋아하는 분야가 넓으니 볼 것도 많다. 때마다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틀어놓으면 딱히 집중하지 않더라고 그 자체로 적당한 소음이 되어 심심함을 덜어준다. 익숙한 목소리가 주는 편안함이 있다. 좋아하는 영상은 말할 것도 없이 좋을 뿐이다.


꼭 영상을 켜두고 자야만 했던 때도 있다. 종일 귀를 채워주던 소리가 한순간에 사라져 잠 못 들던 밤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는 않지만, 소리 틈에서 무의식으로 향하는 그 순간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들을 수 있는데 굳이 조용히 있어야 할까. 볼 수 있는데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어야 할까. 인생에 빈 틈이라고는 내버려둘 수 없는 성격이라 덕질을 시작한 것인지, 덕질을 시작하고 이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이든 심심함을 덜어줄 거리가 많고, 조용함이 채워지는 순간이 많아서 다행이라 여기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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