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세상은 넓고 ‘OOO’는 많다

첫 회사를 떠난 중고신입의 사적인 이야기

by 미니

우물 안 개구리. 이 말이 나에게 해당하는 말이 올 줄이야. 지난 3년간 몸담았던 곳에서는 소위 말하는 ‘빌런’이 많았다. 데드라인 고지 따위 없는 사람, 체계 없이 일하는 사람, 쓸데없는 야근으로 회사에서 저녁 먹고 가는 사람 등.. 내 기준 수많은 빌런을 만났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빌런이기도 했겠지. 일하러 모인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못하다니? 일과 관련해서 무능한 태도를 보이면 나는 굉장히 성난 사람이 되었다. 일잘러=좋은 사람으로 귀결되는 다소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편.


첫 회사에서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 한마디를 마음에 꾹꾹 눌러 담고 대책 없는 사직서를 내밀었다. 사실 ‘대책 없는’의 의미도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2024년 2월까지 넣어야 하는 중요 청년희망적금 하나와 주택청약 금액은 별도로 빼두었고, 그 외의 생활비는 최대한 줄이면서 좀 쉬어보자 하고 뛰쳐나왔다. 물론 개인적인 사유는 이러했고. 나를 둘러싼 사유는 거듭된 회사의 임금 지연이었다. 이게 이직할 때 이유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할 것 없는 정갈한 사유가 될 줄이야. 이 사유를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 탄식하는 사람만 봤을 뿐 해당 사유에 대한 코멘트가 더 붙지 않았다. 모든 일엔 다 장단점이 있다더니 월급 밀리는 회사 다니면 장점은 이거였나 보다. 하하


아무튼 이러저러해서 옮긴 새로운 절간은 어떠냐고요? 오늘 에피소드의 타이틀 빈칸에 들어갈 말은 바로 ‘일잘러’다. 회사가 만들어놓은 체계 덕일까? 아니면 개별적인 역량도 높은 사람들일까? 물론 아직 한 달도 안 됐기 때문에 이 판단 구분을 내리기는 성급한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점을 차치하고 내가 이전 회사에서 가장 큰 불만을 가지고 있던 ‘체계없음’이 극복되었다는 점에서 큰 희열을 느꼈다. 카카오톡으로 무한 전송되던 한글, 이미지 파일 등으로 점점 무거워지던 카톡방, 그리고 쉬는 날에도 안 볼 수 없게끔 울려대던 알림음에 노이로제가 걸렸었다지.


korean-office-8046186_1280.png 출처 : 픽사베이


입사 11일 차. 회사를 짧게 다니며 느낀 것. 사람들이 굉장히 신입에게 별 관심이 없다. 아니 어쩌면 그냥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걸 수도? 이건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나에게는 극강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또 은근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에게는 단점으로 다가왔다.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가까이 오지 말랬지, 누가 그냥 가랬어?**’와 같은 류. 굉장히 피곤한 성격이지만 ‘근데 이게 나인데!’ 이제 받아들인다. 장점만 있는 회사 가려면 내 회사 내가 차려서 혼자 일해야지 아니면 프리랜서 해야지 싶은 무늬만 냉철한 사회인으로서의 생각을 주입해본다. 오늘도 버팀력 +1 추가!




*피터 홀린스

**빠더너스,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 D.P. 석봉이와 루리의 현실 만남, 4:58

https://youtu.be/ta96RSFp_II?si=GshJPIwAVLPvcC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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