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미래설계 Vs. 불확실한 미래란 가이드
지원서 시즌이라 다른 일상들에 게을러 지는 것을 변명하면서도 계속 고민을 이어나가는 게 있다.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쌓기도 전에 다른 직장을 찾아나선 까닭인지, 미래에 대한 도면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다.
내 사례를 들면 나는 마케터가 되고 싶었는데, 인턴 때 만난 과장님의감언이설에 꼬드껴져 들어온 직장에선 마케터는 개뿔.. 뒷단의 세일즈를 시키려고 했었다.
(내가 느끼기엔 세일즈도 거의 배짱장사에 가까운..)
이런 환경에서난 체계적인 고민을 통해 설계한 인생, 그리고 발 닿는 대로 뻗어가는 인생 이 둘 중 어느 것이 맞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 가는 대로 좋아 보이는 곳에 무턱대고 지원을 하기도 했다.
게 중에 몇 군데는 실제로 인터뷰를 보자고 연락이 오기도 했었지만, 직무에 대해, 그리고 그 회사에 대해 이해도가 떨어져서 떨어졌다. (?)
그렇다면, 어떤 길이 맞는 걸까?
strategic하게 세팅한 미션에 따라 정교하게 액션 플랜을 3, 5, 10년 단위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하부 플랜들을 수행해 나가는 길?
아니면, 주어지는 기회들을 잡기 위해 현실을 노력하다가 다가오는기회들에 내 운명을 맡겨 버리는 길?
각자의 성향에 따라 앞서 언급한 크게 두 가지의 선택 중 하나를 하게 될 텐데, (인생은 원래 Birth, Death 사이의 Choice 라고들 하니까) 나의 경우엔 후자에 좀 더 가깝다.
회사 조차 3~5년 중장기 플랜을 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세상이 참 빠르게 변화해 간다고들 하는데 내인생도 세상 변화에 맞춰 내가 세워둔 미션과 비전들이 바뀌어 나가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 때문인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 이러한 생각에 확신을 가져다 준 기사를 또 읽었다.
‘퍼블리’라는 유료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스타트업의 박소령 대표와의 인터뷰 기사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20/2016092003305.html
퍼블리를 모 컨퍼런스에서 처음 알게 된 후, ‘괜찮은 서비스네’ 라고 인식했었다.
첫째는, 서비스를 제공할 타깃이 명확했고 (심지어 대표 본인이 타깃 고객의 프로필에 부합해 타깃이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이해를 잘 할 수 있었다),
둘째는 그 타깃에게 어떠한 서비스가 필요한지 니치 마켓을 잘 집어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창립자 두 분은 컨설팅펌에서 만나 어떠한 계기로 창업을 결심했기에, 사업모델을 정립하고 그리는 데 능숙한 면이 해당 사업이 마켓에서 잘 정립할 수 있도록 (아직 창립한 지 일년 반 정도만지난 시점이라, 판단이 어렵지만) 견인할 수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는 다음과같은 박소령 대표의 답변이 있다.
ㅡ2015년 4월 시작했다고 들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퍼블리는 당신이 예상했던 지점에 있나. 퍼블리의 현재를 평가한다면. 실패하거나 약점까지 포함해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저는 제가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품어왔다가 시작한 것이 아니었고, 미디어/컨텐츠 시장에서 제 시간과 에너지를 100% 쓰고 싶은 방법 중 하나로창업을 택한 것이기 때문에 작년 4월에 법인 설립을 하면서도 앞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겠다, 라는 뚜렷한 목표와 계획은 없었습니다.
지난 20대시절 제가 경영학을 배우고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던 시절에 대한 반성을 요즘에 PUBLY를 하면서 많이하게 되는데요. 당시에 제가 고객 기업들을 상대로 중장기 비전과 미션,전략과 실행계획을 설계했던 것들이 지금 되돌이켜 보면 얼마나 가치있는 조언이 되었을지 부끄럽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한국과 세계의시차도 거의 나지 않는 구조 안에서, 조직의 비전과 전략을 말하는 것에 무척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네이버 이해진 의장이 공개연설을 하면서, 비전과미션을 세우면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세우지 않게 된다, 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 매우공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계속끊임없이 민감하게 촉수를 세우고 상황에 적절하게 적응하고 navigate 해 가면서 성과를 내야하는것이 아닌가, 라는 게 요즘 제 생각이고요. (또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질문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1년 반 이전에 1년 반 후에 이만큼 가야되겠다, 라는 예상이 없었기 때문에 비교 평가는 어려울 것 같고요. (물론김안나님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ㅎㅎ)
물론, 그녀의 결정이 옳은 것인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배울 만큼 배웠고 학부 때 경영학을배웠던 경영학도가 선택할 수 있는 인생길 중 가장 좋은 선택지 중 하나인, 모종의 성공가도를 달려온사람이 이런 의견을 냈다니 의외였다.
그만큼 세상은 불확실에 가득 찬 일들이 날 기다리고 있고, 나는 그 길에 서서 선택을 해야 한다는 뜻일까.
결론은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인생의 불확실성에 몸을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것 같다.
우연으로부터 오는 행복을 즐길 정도로 여유를 가지고 산다면, 계획에 맞춰 내 인생을 나에게 꼭 맞는 맞춤복처럼 맞춰가는 행복과는 다른 차원의 행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마무리는 Robert Frost의 정말 유명한 시, ‘The Road Not Taken (가지 않은 길)’로 맺기로한다.
『 The Road Not Taken
BY ROBERT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
모두가 언젠가는 본인이 선택한 길 끝에서 길을 돌아다보며, 그선택이 만들어온 인생의 변화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길. (나 또한,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