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려는 노력
새해가 되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옷장을 뒤집어 까보는 것이다.
유독 추위를 많이타는 나는 얇은 옷들을 껴입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입는 옷만 입는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난 작년에 이 옷을 1-2번 입었다라고 생각하면 무조건 꺼내어놓고 일단 보이는 곳에 쌓아둔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명확하게 ‘버린다.‘
꺼내어놨는데도 입지 않고, 정리함에 들어가지도 않는걸보면 그정도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렇게 된 옷들은 상태를 보고 기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수 없는 옷들은 과감히 버린다.
그렇게 정리된 옷장을 살펴보면 마음이 후련하다.
그리고 또 무언갈 사고 싶어 쇼핑몰을 뒤적뒤적하는 날 보면 일단 장바구니를 활용하여 일주일을 둔다.
그렇게 하다보니 또 사지 않을 것과 사고 싶은 것이 명확하다.
그런데 너무 무서운 알고리즘은 또 내 SNS를 점령하건 나의 쇼핑 추천을 계속 노출하는데 그것을 넘어서면 쓸모 없음이 명확하게 드러나 돈을 아낄 수 있다.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입던 옷들이 어느 샌가 낯설게 느껴지거나, 예뻐서 샀던 옷이 나의 체형이나 색상에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비싸게 샀다고 생각했는데 관리가 잘 안되어 무언가 올이 나가거나 망가졌거나.
매일 같이 다니던 친구가 낯설게 느껴지거나, 예뻐서 함께 같이 놀고싶고 인싸가 되고 싶었는데 기가 빨렸다거나, 그 친구랑 놀면 핫하고 비싼 아이템이 가득해 지갑이 탈탈 털린다거나, 친구가 재미있다고 느껴졌는데 뒤돌아 서니 내 욕이 들린다거나.
그럴 땐 그 관계를 잠시 꺼내어 쳐다봐야한다.
그리고 조금 먼 자리에서 그 사람을 바라봐야한다.
조급함에 ‘나에게 뭐 화난거 있어?’, ‘내가 너에게 뭐 실수했어?’라고 메세지를 보내는 중학생들을 보며 ‘불안’을 자꾸 드러내어 그 사람에게 ‘불안’의 알고리즘의 정보들을 모으고 또 모아서 결국 나의 피드, 나의 검색창은 ‘불안’에 가득한 정신적 노예가 되게 한다.
‘나’의 사고체계가 아닌 ‘타인’의 사고체계로 보이는 것들을 가득채우고 그것은 확신으로 자신의 뇌를 지배하게 된다.
따라서 억지로 그 알고리즘을 버리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나의 알고리즘을 헤집어 놓는 것은 나의 손가락과 나의 말들임을 기억해야한다.
똑같은 나의 말들을 들은 AI는 검색창을 가득 내 생각을 읽는 것 같다. 그래서 너무 많은 정보들을 주고 그 정보들은 마치 ‘그래, 내 생각이 맞았어(불안)’을 확인하게 된다.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할 땐, 최대한 핸드폰을 가방 속에 넣어두려고 한다. 언젠가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두었는데 집에 가는 길, 들여다 본 핸드폰에 나의 불안들이 가득하다.
(한동안 연애얘기를 가득 들었던 친구는 자신의 검색창에 그 연애와 관련된 어플이 계속 노출되었다는 우스개 소리가 생각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