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series ep 5.

버리려는 노력

by Minimi

새해가 되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옷장을 뒤집어 까보는 것이다.

유독 추위를 많이타는 나는 얇은 옷들을 껴입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입는 옷만 입는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난 작년에 이 옷을 1-2번 입었다라고 생각하면 무조건 꺼내어놓고 일단 보이는 곳에 쌓아둔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명확하게 ‘버린다.‘

꺼내어놨는데도 입지 않고, 정리함에 들어가지도 않는걸보면 그정도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렇게 된 옷들은 상태를 보고 기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수 없는 옷들은 과감히 버린다.

그렇게 정리된 옷장을 살펴보면 마음이 후련하다.

그리고 또 무언갈 사고 싶어 쇼핑몰을 뒤적뒤적하는 날 보면 일단 장바구니를 활용하여 일주일을 둔다.

그렇게 하다보니 또 사지 않을 것과 사고 싶은 것이 명확하다.

그런데 너무 무서운 알고리즘은 또 내 SNS를 점령하건 나의 쇼핑 추천을 계속 노출하는데 그것을 넘어서면 쓸모 없음이 명확하게 드러나 돈을 아낄 수 있다.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입던 옷들이 어느 샌가 낯설게 느껴지거나, 예뻐서 샀던 옷이 나의 체형이나 색상에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비싸게 샀다고 생각했는데 관리가 잘 안되어 무언가 올이 나가거나 망가졌거나.

매일 같이 다니던 친구가 낯설게 느껴지거나, 예뻐서 함께 같이 놀고싶고 인싸가 되고 싶었는데 기가 빨렸다거나, 그 친구랑 놀면 핫하고 비싼 아이템이 가득해 지갑이 탈탈 털린다거나, 친구가 재미있다고 느껴졌는데 뒤돌아 서니 내 욕이 들린다거나.

그럴 땐 그 관계를 잠시 꺼내어 쳐다봐야한다.

그리고 조금 먼 자리에서 그 사람을 바라봐야한다.

조급함에 ‘나에게 뭐 화난거 있어?’, ‘내가 너에게 뭐 실수했어?’라고 메세지를 보내는 중학생들을 보며 ‘불안’을 자꾸 드러내어 그 사람에게 ‘불안’의 알고리즘의 정보들을 모으고 또 모아서 결국 나의 피드, 나의 검색창은 ‘불안’에 가득한 정신적 노예가 되게 한다.

‘나’의 사고체계가 아닌 ‘타인’의 사고체계로 보이는 것들을 가득채우고 그것은 확신으로 자신의 뇌를 지배하게 된다.

따라서 억지로 그 알고리즘을 버리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나의 알고리즘을 헤집어 놓는 것은 나의 손가락과 나의 말들임을 기억해야한다.

똑같은 나의 말들을 들은 AI는 검색창을 가득 내 생각을 읽는 것 같다. 그래서 너무 많은 정보들을 주고 그 정보들은 마치 ‘그래, 내 생각이 맞았어(불안)’을 확인하게 된다.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할 땐, 최대한 핸드폰을 가방 속에 넣어두려고 한다. 언젠가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두었는데 집에 가는 길, 들여다 본 핸드폰에 나의 불안들이 가득하다.

(한동안 연애얘기를 가득 들었던 친구는 자신의 검색창에 그 연애와 관련된 어플이 계속 노출되었다는 우스개 소리가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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