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Essay] 딸기
좋아하는 과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세상 새콤 달콤한 과일들이 많기 때문에 고민할 수밖에 없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세 개 정도는 큰 고민없이 꼽을 수 있는데 그건 바로 딸기, 복숭아, 단감이다.
서른하고도 후반에 요란스럽게 안착한 지금도 딸기를 먹을 때면 엄마가 늘 묻는 말이 있으니, 바로 ‘딸기 안 맵냐?’는 질문이다.
딸기가 안 맵냐니?!
이 요상한 질문을 하게 되는 이유인즉슨 기억조차 안 나는, 그래서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알 수 없는 내 어린 시절, 생애 처음으로 딸기를 마주했던 어느 날, 내가 ‘딸기가 매워서 먹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빨간 음식들이 대체로 맵다는 것을 알게 된 겁쟁이인 나는 딸기도 매워서 건드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모양이다. 때문에 엄마는 그로부터 어언 삼십하고도 몇 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딸기를 먹는 나를 보면 무한반복으로 그 날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너도 딸기가 매워?
나에겐 열 살 어린 동생이 있는데, 동생은 내가 딸기를 거부했던 그 나이 즈음 되었을 때 똑같은 이유로 딸기 먹기를 거부했다. 8년 전부터 서울에서 따로 살림을 하고 있는 동생과 내가 딸기철만 되면 하루가 멀다하고 딸기를 집에 들이고 있으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겁이 많아서
딸기가 맵다고 먹지 않겠다고 했던 믿기 힘든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그러나 나와 동생이 대단한 겁쟁이인 점을 생각해보면 납득이 가기도 한다. 사실 동생과 나는 평균적으로보면 자극에 민감하거나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라든가 무서운 것을 지독히 못 참는 유형의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매사에 덤덤하고 대담한 편에 속한다고 자신할 수 있는데, 다만 안전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아주 철저하게 무조건적으로 안전을 택한다. 동생과 또다른 지인과 함께 셋이 떠난 그랜드캐년 여행에서 조금 더 절벽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겠다는 지인에게 사진 따위와 목숨을 맞바꿀 수 없다고 호통을 치며 결국 못 내려가게 막은 우리들에게, 그렇다, 딸기는 너무 빨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