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버핏의 실수, 크래프트 하인즈&코카콜라 실적 쇼크
식품회사를 다니고 있는 주린이(주식초보)가 지난주 꽤 관심이 가는 주제를 하나 발견했습니다.(아이러니하게도 식품회사에 몸담고 있지만 저는 식품 관련 보유주는 1도 없고, 해외투자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렌버핏의 실수
제목 하나만으로도 섹시미 철철 넘치는 이슈였지요. 더군다나 그가 실수한 업체가 토마토케첩으로 유명한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라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흥미롭게 관련 기사를 읽었습니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2018년 4분기 실적이 당기순손실 126억 8,000만 달러(약 14조 2천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고, 실적 발표가 있던 2월 22일에만 주가가 27.5% 폭락하며 시가총액 162억 달러(18조 2천억 원)가 사라졌습니다.
어닝 쇼크(earning shock,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는 것)로 크래프트 하인즈 주식의 26.7%(약 3억 3천만 주)를 보유하고 있는 1대 주주 워렌버핏의 회사 버크셔해서웨이와 지분율 22.2%(약 2억 7천만 주)를 보유한 공격적 인수·합병의 대가이자 브라질 최대 갑부 조르지 파울로 레만의 사모펀드 3G캐피털 모두 막대한 손해를 입었습니다.
공격형 투자성향인 저는 재료가 적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주식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워렌버핏은 평소 변동성 적은 주식과, 자산가치 혹은 수익성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선호해왔습니다. FMCG 카테고리의 경우 그러한 흐름을 많이 보였고 버핏의 주요 투자처 중 하나였지요. 지난해 손실을 보였다고하나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버핏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추가 매수를 진행할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기를 예상하고 주식을 매수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우리를 만족시켜주고 있다면, 주가가 더 하락한다고 해도 더 좋은 가격에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환영할 것입니다.” - 1977년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 서한
꽤 많은 전문가들은 크래프트 하인즈의 실적 쇼크를 회계상 문제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자초한 결과라고 평하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검색 포털에 하인즈를 검색해보았습니다. '고객이 인정하는 가치, World No.1 하인즈 케첩' 그들은 고객이 본인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고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글로벌 대기업으로서 물량 공격의 결과, M/S 1등 기준이겠지요? 그런데 궁금해졌습니다. 가장 많은 소비자가 선택한 이유와 하인즈가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가 과연 같은 것일까?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하인즈가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기업은 어느 순간 오만 해지는 것은 아닐까? 고객을 망각하고 소비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꼬리를 물자 남의 일 같지 않아졌습니다. 그리고 무서워졌습니다.
"나 탈식품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사모펀드 3G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의 이익 짜내기식 경영도 문제로 제기되었습니다. 2013년 하인즈를 인수해 2015년 크래프트와 하인즈의 합병을 성사시킨 뒤 2,500명을 구조 조정하고 17억달러(약 1조 9,0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신제품 개발과 시장 확대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마진 확대를 위한 혹독한 비용절감, 제로베이스 예산편성(ZBB). 이렇게 절감한 비용의 대부분 생산효율을 높이는데만 재투자되었습니다.
"크래프트 하인즈 경영진은 좀 더 건강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소비트렌드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고, 대신 비용 절감에만 골몰했다. - 매릴랜드경영대학원 데이빗카스 교수
"소비자는 더 이상 브랜드가 얼마나 유명한지를 보고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전통 강자인 크래프트 하인즈가 뒤늦게 스타트업들이 만드는 제품과 비슷한 걸 내놓는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옮겨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선발주자'인 스타트업들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에게 크래프트 하인즈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이다." - 2018년 10월 블룸버그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요구에 적응하는 일이다. 최신 트렌드와 제품 개발에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3G의 경영방식을 얻을 수 있는 수익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한계에 다다랐다." - 2019년 2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프란치스코말레트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기사 속 이슈들이 마치 제 일 같았습니다. 제가 매일 겪고 있는 이슈와 너무나 닮아있었습니다. 우리만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글로벌 기업도 우리와 같은 이슈가 있었구나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행하고 있는 액션, 여러 저널과 애널리스트들이 떠들어대는 평가가 꼭 저에게 하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항상 선진국가, 선진기업의 사례는 벤치마킹 포인트로 삼고 보고서 설득을 위한 꼭지로 사용됩니다. 그들의 잘못을 보고 우리는 그러한 실패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보다 잘한 모습을 보고 우리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지만을 꾸짖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최대주주로 있는 코카콜라 역시 최근 판매 둔화 전망을 내놓아 주가가 하락했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소비재에 장기 투자하라는 버핏의 오랜 투자 격언이 달라지고 있는 걸까요?
"크래프트 하인즈와 코카콜라 모두 달라진 소비자 취향에 따라 움직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버핏은 여전히 코카콜라라는 음료를 사랑할 수 있지만 그는 점차 소수가 되어가는 코카콜라 애호가의 일원이 될 것이다." - 2019년 2월 블룸버그
현지시각 2월 2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크래프트에 과도한 돈을 썼다'며 2015년 투자 당시 브랜드 가치를 지나치게 낙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추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지속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식품회사에 몸담고 있는 제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지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