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Essay] 차로 깨우는 일상의 심미안: 프롤로그
개구리도 미세먼지 때문에 안 나오고 있다는 오늘은 미세먼지 최악의 경칩이다. 몇 일째 계속되는 미세먼지 가득한 날씨 탓인가 이제 77일째 되는 아가도 칭얼칭얼, 달래주는 나도 칭얼칭얼, 몸은 더욱 더 찌뿌둥하다.
이런 날엔, 이런 날씨에는 떠오르는 음식이 있지 않은가? 볼이 달아오를 정도로 매운 떡볶이로 목을 매콤하게 씻어내고 싶기도 하고, 집에서 꼼짝 못해서 더욱 생각나는 별미 꼬막비빔밥이 생각나기도 하고, 무엇보다 차 한잔, 한모금이 가장 먼저 떠 오른다.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저 편의 창밖을 보니 하얗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 보면 눈이 오는 날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시 크게 뜬 두 눈에 세상은 뿌옇게 하얀 미세먼지 가득한 밖이다. 이런 날씨엔 이런 기분에는 차의 향기가 필요하다.
찻잎 3~5그람, 끓인 물 (100도로 끓이고 한 김 식힌), 개완을 꺼낸다. 우롱차 마른 찻잎을 개완에 넣고 이리저리 굴려서 향을 맡아 본다. 찻잎을 어떻게 말리고 불에서 구워 졌는지에 따라 고소한 향에 꽃향이 올라오기도 하고, 타닥타닥 태운 나무의 훈연 향이 올라오기도 한다. 개완에 물을 넣고 우리고 뚜껑에 배인 향을 맡아 본다. 향은 더욱 짙어지고, 입 안에 머금었을 때 부드러우면서 달달하면서 쌉싸하게 피어나는 꽃향기가 가득해 진다. 몸이 따뜻하게 순환이 되고 몽글몽글 땀이 이마에, 등뒤로 맺히는 느낌이 든다.
차로 깨우는 일상의 행복이 바로 이 순간이다. 세상의 만물이 깨어날 것 같은 새벽에는 이런 감각이 더욱 살아나 내가 살아 있음을, 섬세하게 일상을 맞이할 마음의 생동감이 찰랑찰랑 일렁거린다.
차의 종류에 따라, 같은 차라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그리고 기후에 따라, 기분에 따라 그 일렁거림이 천차만별 달라지니 그 재미는 더욱 지다. 물론 차를 마시는 매일이 기쁘지만은 않다. 쓰디쓴 패배를 마시는 것처럼 너무 쓰게 다가오는 날에는 내 안의 저 깊은 우울의 감정이 출렁거린다. 경험 상 그럴 때는 맑게 우려지는 녹차나 백차를 추천한다. 깔끔하고 단정하게 깨어주는 느낌이라 잠시나마 마음이 청소가 되는 듯하기 때문이다.
차로 깨우는 일상의 심미안(아름다움을 살피는 눈)
반복되는 일상이 힘들다고 느끼는가? 지쳤다고 느끼는가? 매일이 너무 똑같은가? 새로운 기대감이 없는가? 지루하고 지루하다면 차로 일상을 깨어보자. 익숙한 일상에서 둔해진 나의 감각을 깨우고, 불안한 일상에서 편안하게 숨쉬게 하는, 그래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그러면서 점차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심미안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나는 그 순간들이 모인 일상을 엮어 My morning view:아침 시선을 담은 일기장 책을 독립출판으로 내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차로 깨우는 일상의 심미안, 작지만 커다란 행복. 함께 공감하고 나눌 수 있다면 그것으로 더욱 일상은 행복으로 충만해질 것이다. 그 행복을 브런치에서 나누고 싶다.
개완
중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뚜껑 있는 찻잔(茶盞)을 말한다. 같은 재질의 차탁(茶托)이 세트로 되어있다. 소량의 차 잎을 찻잔에 직접 넣고 열탕을 붓고 차 잎이 가라앉는 것을 기다려 왼손으로 쥐고 차 잎은 오른손으로 뚜껑을 사용해 눌러 주면 좋다. 뚜껑을 조금 연 틈사이로 마신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개완 [蓋碗] (차생활문화대전, 2012. 7. 10., 정동효, 윤백현, 이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