쳅터 : 걷는 동안
가난은 내 마음에 ‘부자’라는 하나의 목적지를 찍었다. 그건 한때 내 인생의 최종 종착지였다.
모든 관심은 돈으로 향했다. 남들보다 빨리 가고 싶었다. 주식은 테마주만 쫓았고 원칙은 조급함 앞에서 무너졌다. 성공 포르노에 취한 나는 ’ 경제적 자유‘를 외치는 강의를 밤마다 재생했고, 복권에 당첨돼 돈 쓰는 상상을 했다. 영상 속 강사처럼, 나도 저 자리에 설 거라 믿었다.
그러나 매번 잃었다. 손실은 내게만 찾아오는 운명 같았다. 급등하는 주식에 따라붙었다가 5분 만에 -10%가 된 계좌를 보며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조커처럼 웃었다. 겉은 “괜찮아 “라고 말했지만 속은 울고 있었다.
부자를 꿈꾸면서도 부자를 미워했다. 내 카드는 ’ 원페어‘인데 그들의 카드는 ’ 풀하우스‘인 것처럼 보였다.
결국 2년간 모은 돈을 날리고 나서야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그 안엔 숨기고 싶은 내 그림자가 또렷했다. 전형적인 실패자, 도박꾼. 도박판에서 살아남는 건 1퍼센트뿐인데 나는 늘 그 1퍼센트가 나라고 착각했다.
인정하고 나니 비로소 보였다. 수백 번 스쳐 읽었던 문장들이 그동안은 내 수준 밖의 말이었다는 걸. 그건 미성숙한 나의 증거였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머리를 쓰자 마음이 먼저 터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공부보다 어려운 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내 심리였다.
그렇게 도박판에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지금도 가끔 그 환청이 귓가를 스친다. 다만 예전과 다른 건 나는 이제 서두르지 않고 한 발씩 걷는 법을 배웠다는 것.
조급함을 내려놓는 이 속도가 나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