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동안, 멀리 나갈 준비가 됐다

쳅터 : 걷는 동안

by 민 과장


따스한 바람이 불던 계절이었다. 잠깐만 한눈팔았어도 놓쳤을 운명은 그날따라 내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그렇게 몇 번의 계절이 지나듯, 우리의 관계도 점점 변했다. 민 대리님에서 오빠로, 오빠에서 남편으로.



호칭이 바뀌는 사이 우리는 많은 일을 겪었다.

이태원에서의 어색한 첫 데이트, 취업 소식에 함께 웃고, 가족 문제로 울던 밤들… 그렇게 함께 지낸 시간 속 장면들을 추억으로 보관하고 어느 순간 꺼내보니 처음 경험하는 모든 일이 너와 함께였다.



난 철부지인데 너랑 있으면 네 감정을 먼저 살피게 된다. 너 또한 나와 시간을 보내며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따뜻한 손길로 주변을 챙긴다.



늦은 저녁, 집 주차장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네게 고백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를 닮아갔다. 부부가 닮아간다는 말은 결국 서로에게 따스하게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된다는 뜻이더라.



우리의 앞날이 어떨지는 감히 예상하지 못하지만 너와 함께라면 이 다채로운 행복과 불행 속 구부러진 길을 걸어도 함께 웃고, 울며 천천히 나아갈 수 있다.



우린 어딘가 도착하려는 게 아니라 함께 걸으려는 거니까. 그게 우리가 함께 걷기로 한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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