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마주하니’ 시리즈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온전히 감상하시려면 프롤로그부터 차례대로 읽어 주세요.
0. 프롤로그
똑똑
철컹
또각또각
네모난 4평 룸. 밝은 주광색 천장 빛 아래, 은은한 고기 냄새가 배어있다. 우드톤 책상 위, 물 한 컵. 너는 팔과 다리를 꼬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앉아 있다. 오래 기다렸는지 꼬인 발목이 빠르게 흔들린다.
“얼마나 오래 기다린 거야. “
나는 일부러 가볍게 웃었다.
“팔짱에 다리까지 꼬고… 시위하네?! “
나는 장난스레 웃으며 네 반응을 살핀다. 황당한지 입술이 살짝 벌려졌다.
“알았어.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사과를 하니 네 팔이 먼저 풀린다. 나는 잽싸게 물을 따라 건넨다.
쪼르르
컵이 절반 찼고 조명 아래 잔물결이 친다.
“정말 잊고 있었어. 나도 얼마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단 말이야. 너 찾으려고 한참을 기억 속에서 헤맸다니까”
“대신 많은 이야기를 가져왔어. 듣기 쉽진 않을 거야. 네가 모르는 내 실패들. 그러니까 끝까지 들어. “
네 시선이 천천히 올라온다. 눈빛엔 경계와 기대가 뒤섞여 있다. 나는 잠깐 고개를 젖혀 천장을 본다. 잠시 고민하다 긴 숨을 들이켠다.
“자, 일단 물 한 모금 마시고 시작하자. 꽤 긴 여행이 될 거니까.”
꿀꺽
작은 공간에 물 삼키는 소리가 퍼져나간다.
철컹
4평 룸의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