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내보니, 외로움이었다

챕터 : 꺼내보니

by 민 과장


둘, 둘, 셋, 둘

하나…

한 명…



부모님과 손잡고 놀러 가면,

나와 비슷한 녀석들이 둘씩 손잡고 걸어간다.



비슷한 체격, 비슷한 차림새.

다른 게 있다면, 난 부모님의 한쪽 손을

온전히 독차지하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아침 일찍 문 밖을 나가,

차가운 밤공기 냄새를 품고 돌아왔다.



그래도 집을 지켜야 하니,

난 빈집의 파수꾼이 됐고

게임기와 장난감은,

나의 수비대가 됐다.



그 시절, 우리 집엔 게임기와 장난감이 많았다.

혹시 누군가 집에 쳐들어올까 봐,

걱정하신 부모님이 선물해 준

수비대였을까 싶다.



엄마의 손길이 아침을 알리면,

불빛이 반짝이는 신발을 신고 유치원을 갔다.

좁은 골목길을 콩콩 걷고 있을 때면,

멀리서 친구가 한 손을 흔든다.

나는 반가워서 친구와 친구 동생을 향해,

양손을 흔든다.



점심엔 태권도장에서 시간을 보내면,

게임 잘하는 형들이 “끝나고 뭐 해?”라고 물어본다.

당연히 아무 일 없는 난,

형들과 함께 오락실에 갔다.



내가 “어… 어...!” 하며 긴장감을 불어넣으면,

형들은 “다다다닥” 버튼 누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쌓아둔 2개의 동전이 없어지면,

형들은 서로 “네 탓이야!”를 외치며 돌아갔고,

난 혼자 발에 불빛을 뽐내며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집에 없는 동안은,

집을 지키는 일은 수비대에게도 익숙했다.

내가 돌아온 뒤엔,

우리는 서로를 지키는 한 팀이 됐다.



해가 떠있으면 버틸만했지만,

가로등 불빛이 켜지고,

어두운 구름 사이로

달이 뜨기 시작하면 우린 무서웠다.



아까 형들처럼 게임기 버튼을 눌러봐도,

TV 속 만화가 끝이 나도,

시곗바늘은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시계가

조금 무서워질 때면

전화기 벽면에 쓰여있는 삐삐번호를 눌렀다.

그럼 조금 후에 전화기가 울렸다.



“아빠! 언제 와?”

“어엉, 금방 갈게”



창문이 완전히 까맣게 바뀌면, 1시간 간격으로

수화기를 들어 재다이얼 버튼을 눌렀다.



“아빠… 언제 와?”

“으응! 금방 갈게, 거의 다 끝났어”



가끔 바람 소리에 문이 철컹거리면

엄마가 왔을까 하는 기대에,

벌떡 일어나 거실로 달려갔다.



기다리다 지쳐 잠에 들면,

그제야 철컹하고 문이 열렸다.



하나, 하나, 하나

난 오늘도 혼자 잘 버텼다.



지금 보니 그때의 달은,

외로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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