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민 주임
‘마주하니’ 시리즈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온전히 감상하시려면 프롤로그부터 차례대로 읽어 주세요.
2. 민 주임
민 주임은 영업 1팀의 ‘마무리 투수’였다. 팀 실적이 저조하면 주말에도 자처해서 뛰었고, 계약서를 들고 돌아오면 곧바로 마감 회식이 열렸다. 회식자리는 그의 영웅담을 공유하며 웃는 자리가 됐다.
그러나 완벽한 선수는 없다. 해마다 두세 달은 아무리 노력해도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 10월이 그랬다. 마감 회식 후 집 가는 길 그는 인상을 구기며 애꿎은 돌멩이를 걷어찼다.
“2년 차한테 무슨… 소년 가장도 아니고. 이 대리는 뭐 하고 최 과장은 왜 저러냐. 원래 저 역할은 최 과장 몫이잖아.”
11월 첫 주 월요일, 주간회의. 어두운 얼굴들 사이에서 최 과장 발표 순서가 돌아왔다. “10월 실적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삑
스크린에 보인 10월 실적 슬라이드는 8~9월에 이미 봤던 그래프였다. 11월 전망 그래프도 현실 수치 없이 의지 목표만 가득했다.
민 주임의 볼펜이 다이어리에 ‘X’를 긋는다. 팀원들은 박 팀장을 힐끗 쳐다본다. 박 팀장의 눈이 가늘어지고 고개가 양옆으로 천천히 흔들린다.
“우리 팀은 지난달도 민 주임에게 기댔다. 앞으로도 막내만 바라보면 안 되는 거 알지? 다들 계획한 거 철저히 확인하고… 최 과장은 계획 새로 짜 와. 이상. “
회의가 끝나고, 민 주임은 이 대리를 끌고 1층 흡연장으로 내려갔다.
“대리님, 요즘 과장님 무슨 일 있어요?”
이 대리는 연기를 뿜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 자료 얘기하려고?”
민 주임 목에 핏대가 슨다. “일은 우리한테 떠넘기고, 실적도 안 나오고….”
“그러게 나도 그렇게 생각이 들긴 해. 예전엔 안 그랬는데 무슨 일 있나…”. 이 대리 입꼬리가 씁쓸하게 내려간다.
그 말투에 민 주임 얼굴이 붉어진다. 그는 담배를 깊게 들이키며 말했다. “오늘 회식 때 이야기해 볼게요. 대리님도 도와주세요. “
”오늘? 어…어…”. 이 대리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벌리려다 말았다.
툭툭 담뱃불을 털어낸 민 주임의 손은 주먹이 쥐어져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순간, 어디선가 나지막하게 소리가 났다.
“후… 회식 때 사과받는다. 가만 안 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