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회식
‘마주하니’ 시리즈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온전히 감상하시려면 프롤로그부터 차례대로 읽어 주세요.
4. 회식
오후 다섯 시, 영업 1팀 회식이 시작됐다. 장소는 회사 앞 유명 고깃집. 이른 시간인데도 가게는 가득 찼다. 4평 남짓한 방에 여섯 명이 자리를 잡았다. 웅성거리는 가게 분위기와 달리 팀원들의 낯빛은 어두웠다. 분위기를 깬 건 민 주임이었다. “룸 예약 안 했으면 한 시간은 기다릴 뻔했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치이익
고기만 올린 채 종업원이 문을 닫고 나갔다.
이 대리가 웃으며 말했다.
“불친절한 집이 고기 맛은 최고라잖아.”
지글거리는 불판 위로 고기가 올라가자 구수한 냄새가 방을 채웠다. 코로 들어오는 냄새에 다른 팀원들도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박 팀장이 6개의 잔을 따르며 말한다.
“지난달 다들 고생했다 한잔하자”
팀원들은 잔을 부딪치고 한 모금에 비웠다. 얼굴들이 풀어졌다.
짠
부딪치는 소리가 반복될수록 팀원들의 목소리도 커져갔다. 옆방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최 과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술잔만 만지작 거렸다.
술잔이 빌 때마다 민 주임이 초록병으로 채워 넣었다. 병 수가 사람 수의 세 배쯤 되었을 때, 숯불 사이에서 탁탁 불씨가 튀었다. 박 팀장이 잔을 높였다.
“우리 1팀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다들 고생하는 거 알지만, 막내 혼자 고공 분투하는 모양새가 그렇잖냐."
박 팀장이 슬쩍 최 과장 표정을 살핀다.
"그래도 항상 고생하는 막내를 위해 한잔하자. 잔 채우고. 자 민 주임 하면 최고다! 하는 거야. “
”민 주임! “, ”최고다. “
잔 부딪는 소리 뒤에, 민 주임의 눈이 초승달로 휘었다. 맞은편 최 과장의 입술도 따라 올라갔으나 곧 미세하게 뒤틀렸다. 민 주임은 그런 시선을 외면한 채 고기를 뒤집는다.
치이익
“지난주에 업무 지시한, 자료조사 다 했냐?”
“내일이면 될 거 같습니다.”
최 과장의 눈썹이 일그러진다.
“뭐! 일주일 전에 시켰잖아. 아직도 안 했어?”
“네 조금 바빴습니다. 그런데 과장님 보고 자료 이상하던데 알고 계셨어요? “
”뭐?! “
챙그랑
벌떡 일어나는 최 과장 때문에 젓가락 몇 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눈은 도끼 모양으로 바뀌었다. 옆방 손님들도 놀랐는지 잠시 이야기를 멈춘다.
“아니 과장님 제가 이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요새 과장님 어떻게 일하세요? 성과도 없으시면 팀을 위해 다른 걸 도와주시던 해야 하는데... 요새 과장님 보면 같은 팀인가 의심스러워요."
"이건 저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어요. 안 그래요 이 대리님?”
이 대리가 흠칫한다. “아니..”. 그는 빈 잔을 만지며 난처한 듯 눈동자를 굴렸다.
“하.. 싸가지없게 말하네? 가정교육 어떻게 받은 거냐? 너 실적 좀 나온다고 우쭐거리던데 지난달은 왜 그랬냐? “
최 과장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이 대리의 말을 끊고 쏘아붙였다. 그의 눈빛엔 억울함과 수치심이 뒤섞여 있었다. 다른 팀원들은 놀란 눈으로 박 팀장을 쳐다봤다. 박 팀장은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쾅
“둘 다 그만해 술 취해서 뭐 하는 짓이야! 민 주임 적당히 하고! 최 과장도 잘한 거 없으니까 그만 앉고!”
최 과장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의 도끼눈은 점점 초점을 잃었다. 동공이 흔들리는 그의 눈빛은 마치 꺼져가는 불씨처럼 흔들렸다.
그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팀에 폐만 끼쳤네요... 크흠, 죄송하고 앞으로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그 말을 하곤 최 과장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민 주임은 송곳눈으로 그런 최 과장을 지켜봤다.
쿵
그가 문을 닫고 나서야, 민 주임의 꽉 쥐었던 주먹이 스르륵 풀렸다.
자리에 앉은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4평 남짓한 룸.
숯만 탁탁 소리를 내고
연기를 내뿜으며
재가루를 떨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