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며, 행복을 느낀다

쳅터 : 안아주며

by 민 과장


“과장님! 결혼 생활 어떠세요?”



가끔 후배들이 결혼 생활에 대해 물어본다. 나는 민망한 표정으로 “응, 좋아”라고 말하며, 후배의 표정을 살핀다. 호기심에 가득한 표정을 보고 있으면, 웃으며 말을 덧붙인다.



“그래도, 최대한 늦게 해…“



”…근데 너무 행복해 “



모든 유부남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행복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서다.



내 퇴근은 6시, 아내는 7시다. 난 집에 먼저 도착해서 저녁을 준비한다. 보통 김치찌개 같은 국거리를 만든다. 기운이 남으면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만든다.



어젯밤엔 김치찌개를 끓였다.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자 고춧가루 향이 집을 물들었다. 그럼 킁킁 거리며 아내가 들어온다. 식탁에 마주 앉는다. 기름진 머리, 번들거린 피부, 피로한 눈. 그런데도 우리는 "오늘도 예쁘다, 수고했어"라고 웃는다.



문득 지난 5월, 유난히 피곤했던 어느 날이 떠오른다. 그날따라 저녁 준비가 귀찮아 "오늘은 배달 어때?"라고 말했다. 그녀는 "역까지 데리러 오면 생각해 볼게"라고 했다. 난 슬리퍼를 신고 역까지 마중 나갔다. 역에서 집까지 손을 잡고 걸어갔다. 조금 밝은 하늘, 상쾌한 바람, 따뜻한 아내의 손. 회사 이야기를 하면서 걸으면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한다. 그날 우린 결국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배달보다 맛있었다.



물론, 우리 부부도 많이 다툰다. 가치관부터 양말 벗는 습관까지, 너무 다르다. 다툴 땐 10평 거실이 UFC 케이지로 변한다.



지난번엔 설거지로 시합을 했다.

나는 밥 먹고 바로 해야 되는 사람이고 그녀는 쉬었다 해야 되는 사람이다. 고무장갑을 끼고 “뽀도독, 뽀도독, 나는 설거지 맨“ 하고 트래시 토크를 한다. 그녀도 “아이고 편해라” 하며 받아친다. 이렇게 몇 번 주고받으면 관객 없는 UFC가 시작되는 거다. 심판이 없으니, 경기는 항상 무승부다. 서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며 끌어안고는 “내가 미안해”를 외친다.



게임도 치트키를 써서 플레이하면 재미없듯, 결혼 생활도 그렇다. 다툼과 웃음이 뒤섞여야 비로소 다채로운 행복이 완성된다. 그래서 미혼 후배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그냥 해봐… 한번 껴안으면, 다 해결된다. “



후배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과장님, 부럽네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오늘 저녁엔 뭘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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