쳅터 : 안아주며
월요일 저녁 6시 30분, 곧 아내가 퇴근하기 때문에 저녁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우웅-
발을 씻다 말고 물기도 채 닦지 못한 채 핸드폰을 확인했다. 화면엔 “오빠, 나 야근이야ㅠ“라는 카톡이 보였다. 깊은숨을 내쉬곤 수건으로 발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
어제저녁 고기가 먹고 싶단 와이프의 말에, 소분한 스테이크를 냉장실로 옮겨놨었다. 혼자 먹기엔 많은 양. 잠깐 고민하다, 주방 상부장을 열어 라면 한 개를 꺼냈다.
저녁 10시, 지잉하며 핸드폰이 울렸다.
봄봄 : 오빠 나 이제 출발
나 : 배는 안 고파?
봄봄 : 입맛이 없어ㅠ
나 : ㅋㅋ 그 말은 폭식하겠단 건데
봄봄 : 아 몰라 빨리 갈게!
회사에 무슨 일이 있는 걸 직감했다. 마지막 카톡 이후 40분이 지나서야 철컹하며 현관문이 열렸다.
부스스한 머리칼, 핏기 없는 입술을 한 그녀는 회사에서만 착용하는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까지 쓰고 들어왔다. 난 중문을 열어주며 팔을 천장으로 뻗었다. “고생했어”. 끌어안으며 얼굴을 비벼보니, 평소보다 차가웠다.
“빨리 먹어, 당신 좋아하는 스테이크 구워 놨어. “
그녀의 피곤한 두 눈은 가장 커질 수 있는 크기까지 커졌다. 식탁으로 달려간 그녀는, 가방도 벗지 않고, 포크부터 잡았다. 슥슥 나이프로 고기를 잘라 입에 넣고는 표정이 풀어진다. 아마 그녀의 피로가 녹아내리는 맛이었을 거다.
손으론 스테이크를 썰고, 입으론 회사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연예인 섭외와 비용 집행을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당장 금요일이 행사 날이라며, 이번 주는 바쁠 거라 말한다. 접시 위 붉은 육즙만 남았을 때, 이야기가 끝이 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난 그녀는, 소파로 걸어가 쿵 하며 몸을 던졌다. “오빠, 5분만 쉴게”. 난 자연스레 싱크대로 향했다. 뽀도독, 뽀도독. 안쓰러운 마음을 씻기 위해 그릇을 닦았다.
설거지가 끝나고, 소파에 누운 그녀를 본다. 한쪽 팔로 눈을 가린 그녀의 손엔, 파란색 볼펜 자국이 생겨났다. 난 입술을 잠깐 물었다가 다시 벌렸다.
“여보, 얼른 씻고 자자”. 미동이 없다.
"우리 애기, 얼른 씻고 자자”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다시 이야기했다. 침을 삼키며 일어난 그녀는 곧바로 화장실로 갔다. 쏴아아 하는 샤워기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나도 마음을 쓸어내렸다.
화요일, 새벽 6시. 출근 준비를 하다 잠자는 와이프의 다리를 봤다. 평소보다 부은 종아리. 약상자에서 휴족시간 하나를 꺼내 붙였다. 화한 민트향이 코에 들어왔다. 뭐라 소리를 내는 와이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문을 나섰다. 몇 시간 후, 핸드폰이 울렸다. “사랑해”
화·수·목요일 저녁마다 늦게 들어왔다. 매일 조금씩 더 무거워지는 그녀의 발걸음이 현관문 너머로 들렸다.
금요일에서 토요일 새벽으로 넘어간 시간, 와이프가 집에 도착했다. 일이 힘들었는지 배고프다고 외친 그녀를 위해,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어땠어? 잘 끝냈어?”. 그녀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오빠, 잘 끝냈는데… 너무 힘들어 “. 라면에서 나온 김이 매웠는지, 눈동자가 흔들렸다. 김 사이로 한숨이 섞여 나왔다. 그녀의 옆자리로 옮겨 앉고 어깨를 토닥였다. 거실은 어깨 두들기는 소리와 라면 냄새가 가득했다.
“고생했어.” 그 말에 그녀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뜨거운 라면 김처럼, 우리 사이엔 따뜻한 위로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우린 매일 피곤한 어깨를 감싸 안으며, 식탁에 행복을 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