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조용히 스민다

by 민이새

금이 간 컵은

물도 조용히 새어낸다


그렇듯

상처는 소리 없이

시간의 가장자리부터 젖어들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말을 오래 삼키고

호흡보다 눈치를 먼저 쉰다

다친 곳을 가리진 않지만

그 근처를 피해 걷는다


누가 건드리지 않아도

저절로 아픈 날이 있다


그럴 땐

몸이 먼저 아프다

마음이 감춘 자리를

손이 기억한다


소리 없이 남은 상처는

말보다

천천히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