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무시

by 민이새

사라지는 건

항상 소리 없는 방식이었다


눈길이 머물지 않는 대화

기억되지 않는 이름

겹쳐진 목소리 아래

나는 항상 두 번째였다


누구도 나를 향해 손 내밀지 않았지만

누구도 나를 밀쳐내지도 않았다


나는 밀려나지 않고

그저 점점 연해졌다


존재를 지우는 가장 교묘한 방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나는

아주 오랜 침묵 끝에 배웠다


그렇게 사라지던 날들 속에서

나는 어느새,

내가 있던 자리를 나도 모르게 피해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