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 Aug 14. 2023

생일 파티는 꼭 그렇게 fㅘ려하게 해야 했나


제이미(가명)의 생일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저희 가족이 주말에 어디 가지 않기로 정하면서 아이 생일파티를 급하게 이번주 금요일 오후에 하기로 했어요. 아이가 올 수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다음 주 월요일이 공휴일이라 Long weekend가 될 예정이었다. 금요일 오후 3시부터 아이 생일파티가 키즈카페에서 열릴 것이라며, 그 챗방에는 킨디 전체가 초대가 된 건지 톡방의 인원은 아이의 학급 인원수를 훨씬 웃돌았다.


그리고 제이미라는 엄마의 패기(?)에 놀랄 틈도 없이 엄마들의 대답이 마구마구 올라온다.


xx is happy to come!

Thank you for inviting, xx would love to join!

xx will be coming!

xx is in!


챗방의 페이지가 한줄한줄 올라갈수록,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한다. 금요일인데, 오후 3시면 아직 일하는 시간인데!


이미 서른 명 넘게 가겠다고 대답이 줄줄이 올라오는데 애써 무시하며 남편과 상의해 우리는 가지 못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되었다.


Yes 한 친구들이 많기도 했고, 못 가는 사람들은 조용히 있는 것으로 보아 참석 인원만 추려서 생일 파티를 진행하겠지라고 있던 차. 며칠 후 제이미의 엄마에게서 개인적으로 문자가 왔다.


oo이 엄마죠? 제이미 생일 파티에 참석 여부를 아직 알려주지 않아서 확인차 연락 드려요.


(아...) 이미 안 가는 쪽으로 결정했는데, 개인적으로 이렇게 또 한 번 연락이 오니 생각을 더 해보게 된다. 거의 40명에 다다르는 학부모들이 so happy to join! 을 외쳐대는데 혹시 우리 아이만 빠지는 건 아닌가, 괜히 염려스럽고.


일하다 말고, 남편에게 전화한다. 내가 마음 쓰는 게 걸렸는지 남편도 어영부영, 그럼 뭐 그냥 간다 그래. 내가 데리고 갈게.



그날 저녁, 슬쩍 아이에게 제이미와 얼마나 친하냐고 물어보았다.


알고 보니 그 친구가 학기 초 아이에게 너는 생일 파티에 초대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 적이 있었단다. 그때 슬펐다고.. (그때 알았다. 아이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야기를 나에게 하지 않는다는 걸. 벌써부터 나 모르게, 혼자 감정을 추스리기도 한다는 걸.)


아이 기분을 전환시킬 겸 톤을 조금 높여 말한다.


제이미가 oo이 생일 초대 했는데? 그때는 제이미가 oo 이에 대해 잘 모르고 한 말 아닐까?


아이의 표정이 조금씩 풀린다.


정말 나를 초대했어요? 응.

그럼 괜찮아요. 이제 나 안 슬퍼요. 



그놈의 생일 파티가 뭐라고. 너랑 그렇게 친한 친구도 아니면  굳이 가야 할 이유를 엄마아빠는 모르겠다만, 아이는 생일 파티 초대되는 걸 좋아한다. 문득 나도 어렸을 때 그랬나 떠올려보지만 딱히 생일 파티에 대한 기억이 잘 없다. 유치원에서는 한 번에 생일 비슷한 친구끼리 모아서 해주었던 것 같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친한 친구네에 갔고, 굳이 초대를 받지 않았다고 슬펐던 적도 없다. 내가 반 친구 전체의 생일 파티를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무튼. 남편과 나 둘 중 한 명의 금요일을 (비자발적으로) 희생하여 네 기분이 좀 나아진다면야. 전형적인 Peer pressure를 이기지 못하고, 금요일 둘 다 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지리 부모는 뒤늦게 Yes를 했다.


그런데!! 다음 날 회사에 있는데 갑자기 남편이 전화가 와서는 금요일 오후에 중요한 미팅이 있는 걸 깜빡했단다.(아.. 내면에서 올라오는 깊은 빡침)


이미 간다고는 했고, 개인적으로 늦게 확답을 주었는데 이제와 무를 수도 없는 일이다. 하는 수 없이 내가 가야 했다. 회사에 말하고 금요일 오후, 굳이 아이와 친하지도 않은 아이의 생일 파티에 다녀온다.



그래서. 그 화려했던 생일 파티 잘 다녀온 것 같은가?

대답은 그렇다.

이유는?


일단 아이가 즐겁게 놀았다. 그리고 나도 아이와 같은 반 친구 엄마 두어 명을 알게 되었는데, 그중 우리 부부처럼 육아 독립군으로 애쓰는 엄마와 고충을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우르르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는 생일 파티라고, 단톡방에 마구 Yes, Yes 가 올라오는 생일 파티라고, 굳이 휩쓸려서 갈 필요는 없다는 것을 꼭 이렇게 갔다 와보고서야 알았다. 더군다나 업무시간까지 빼 가면서 말이다...지금 이렇게 쓰니 아주 기본적인 건데, 그때는 왜 그리 뭐에 홀린 듯 Yes를 했는지.


단톡방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중심을 잡지 못한 꼴이 좀 우습지만. 꼭 이렇게 한 번 경험을 해야 알 수 있는 모지리인 걸 어쩌나.


아이가 조금 더 크고, 본인이 가까운 친구가 누구인지 알고 함께 즐길 수 있을 때 생일 파티를 하려고 했다. 이제 겨우 킨디 들어간 아이가 너무 큰 집중을 받으며 성대하게 치러지는 생일 파티가 속으로는 뜨악했지만. 그럴 수 있다. 성향의 차이이고, 문화의 차이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제는 관점을 살짝 바꾸었다.


생일파티는 아이가 학교 밖에서 친구들과 색다르게 놀 수 있는 기회라고. 그러니 우리 아이를 초대해 준 건 사실 참 고마운 일이라고.


대신, 원양어선에서 던지는 그물망처럼 후루룩 싸잡아 떠들썩하게 초대하는 생일파티는 이제 거른다. 개인적으로 초대받는 생일 파티는 별 일이 없으면 가는데,  왠지 모를 사려가 더 느껴져 참석하는 데에도 마음이 편하고, 보면 아이가 집에 와서 오늘 누구랑 뭘 했는데~ 하며 이야기할 때 들었던 이름들이다.


내 입장에서는 이런 초대장이 더 [이해가 되는] 초대장인 것이다.




성대한 친구 생일 파티에 다녀온 아이는, 산처럼 쌓인 선물을 차로 옮기는 친구를 부러운 눈으로 보더니 본인도 생일 파티를 저렇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엄마가 여러 사람에게 초대장을 돌릴 수 있는 배포가 못되어서 그건 불가능할 거야,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대신 방학 시작 시기와 맞물려 올해에는 시댁에서 생일이 같은 시아버지와 아이의 생일 파티를 함께 하기로 하여, 우리는 할아버지 뵈러 비행기 타고 가잖아~ 하며 괜히 더 신나는 톤으로 아이를 홀릴 단어 [비행기]를 강조하며 말한다.


아이의 교우관계를 신경쓰고 있다면서 엄마인 내가 도움이 1도 안 된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전에는 내가 꼭 뭘 해야하는가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학교를 시작하면서 주변의 엄마들을 보니 나는 잘 못하는 것 같다는 일련의 죄책감도 따라온다. 


아이를 믿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엄마의 소셜 라이프가 너의 친구를 만들어 줄 리 만무하고, 네가 좋아하는 친구는 나보다 네가 더 잘 알테니까.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도시락도 가끔 혼자 먹는 것 같은 아이가, 꼭 모든 생일 파티를 따라다니지 않아도, 아이가 속한 학년이 떠들썩하도록 화려한 생일파티의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혹은 꼭 엄마가 다른 엄마들과 샴페인을 마시지 않아도, )스스로와 가장 어울리는 친구를 찾는 법을 아이만의 방식으로 만나고 헤어지며 배워갈 것이라 믿는다.


결국은 마음이 맞는 진정한 친구 단 한명으로도 인생 충분하다는거.

부모가 된 지금의 나이까지 살다보면 다 알지 않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들 몰래 듣는 핑크퐁 노래가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